[고수칼럼]"MZ세대의 주택 구입, 이것만은 기억하자"
주택 구입 목적 명확히 설정하고 ‘생애최초’ 중요성 되새겨야
그래픽=김영찬 기자
올 상반기 전국 아파트가격지수 상승률은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 기준으로 7.4%에 달했다. 관련 통계자료가 발표된 2004년 이후 최대치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최근 10년간 상반기 아파트 가격 상승률의 평균이 1.2% 수준이란 것과 올 상반기 가격 상승률인 7.4%를 비교하면 이 수치가 내집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에게 얼마나 큰 부담으로 느껴졌을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지역별로는 경기(11.9%)와 인천(13.4%)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면서 수도권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했다. 실제로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구입부담지수에 따르면 소득 증가율은 정체되는 가운데 주택가격과 금리가 상승하면서 올 1분기 기준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전분기대비 10.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부담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모아놓은 자본이 부족해 적극적으로 주택시장에 뛰어들기 힘든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수도권에 생활권을 두고있는 MZ세대와 부동산 관련 상담에서 응답자 대부분은 “수도권에서 새 아파트를 구입할 여력은 안되니”라는 가정을 전제하고 있었다.
이러한 가정을 바탕으로 ‘내집마련’이란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한 수많은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그 목적과 방향성을 잃고 단순히 ‘주택 구입’이란 현상에만 집중하는 경우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주택 구입을 진지하게 고민해본적 없었음에도 주변 사람들이 집을 사니까 나도 뭐라도 구입해야 할 것 같아서 알아봤다는 상담자도 만날 수 있었다. 여기에 검증되지 않은 부정확한 정보와 높은 리스크를 요구하는 투자 사례들은 MZ세대를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주택 구입 목적 명확히 설정하라
이 같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MZ세대가 주택을 구입하려고 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원칙이 있다. 첫째, 주택 구입의 목적을 명확하게 설정하라는 것이다. 주택 구입의 목적을 크게 내집마련과 주택 자산을 활용한 투자로 구분할 수 있다. 두 방식의 가장 큰 차이는 ‘자본금의 성격’과 ‘실거주 가능 여부’에 있다. 내집마련을 위해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궁극적으로 실거주를 염두해 둔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실거주를 기초로 한 주택 구입은 외부 요인에 의한 주택가격의 상승이나 하락이란 변동성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의미가 있다. 실제로 주택 매매시장과 임대차시장에 불안정성이 함께 나타나는 상황에선 실거주 이외에 마땅한 대안을 마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수도권에 생활권을 두고 있는 MZ세대가 상대적으로 소액 자본으로 진입이 가능한 지방 아파트에 임차인을 두고 갭투자 하는 상황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렇게 구매자의 실거주가 어려운 지역에 주택을 사들인 경우 주택시장에 충격이 발생했을 때 손실을 보고 주택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 여유자금을 활용한 투자의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한 경우에는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거기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내집마련을 위한 자금 마련의 목적으로 지방 갭투자를 한 경우엔 안정적으로 쌓여야 할 자본금에 되돌릴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생애최초’ 혜택 노려라
두번째 원칙은 ‘생애최초 주택구입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은 용어 그대로 지금까지 주택을 구입한 경험이 없는 경우를 의미한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이 주택 청약에서 아주 큰 역할을 하는데 민영·공공주택 분양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특별공급의 한 형태여서다.
실제로 올 7월부터 시행된 3기 신도시 사전청약에서 추첨제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방식도 ‘생애최초 특별공급’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MZ세대가 청약으로 수도권 아파트에 당첨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전국적으로 MZ세대의 기존주택 구입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생애최초 특별공급에 지원이 가능한 세대주도 줄었다. 그만큼 생애최초 주택구입의 경쟁률이 줄어들고 이들의 청약 당첨 가능성은 점점 커짐을 의미한다. 이외에도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겐 저리로 이용 가능한 생애최초주택 구입 대출 상품의 이용, 취득세 일부 감면 혜택도 적용될 수 있는 만큼 ‘생애최초’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격언처럼 떠도는 이야기 중 하나로 “부동산은 구매하기 쉽지만 팔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처음 부동산을 구매할 때는 장밋빛 미래만 바라보고 있지만 실제 부동산을 처분해야 하는 시기가 되면 내가 원하는 매도 시점을 결정하는 것부터 적정한 가격에 파는 것까지 결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부동산의 거래 경험이 부족한 MZ세대에게는 이 말이 더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지금은 나만 빼고 모두 다 집 한 채씩 가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원칙을 생각하지 않은 성급한 주택 구입은 예상하지 못한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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