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효과에 실효성 의문… ‘부동산=안전자산’ 인식 팽배
수원시내 한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뉴시스 김종택 기자
역대 최고 수위의 규제로 불린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 이후 두달 만에 다시 2·20대책이 나왔다. 서울 강남 등 고가주택을 겨냥한 12·16 규제를 피해 투기자금이 옮겨간 경기도 수원·용인·성남 등 소위 ‘수용성’ 등을 겨냥했다. 하지만 발 빠른 투기자금은 경기도 남양주 덕소 등 규제를 받지 않는 대체처를 찾아 이미 떠났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정부정책의 연속성이 시장에 강한 규제 신호를 주곤 있지만 포괄적이지 않아 투기자금은 메뚜기떼처럼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니고 있는 것이다. 다만 3월부터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의 고강도 실거래조사 대상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됨에 따라 약발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대출규제 통했다?
서울 강남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최근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급등하자 정부는 2·20대책을 발표해 또다시 규제 칼날을 빼들었다. 이번에도 핵심은 ‘대출규제’다.
이번 대책에 따라 경기 수원 영통·권선·장안구, 안양 만안구, 의왕시는 신규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됐다. 12·16대책 이후 지난해 12월 넷째주부터 지난달 둘째주까지 약 두달 동안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1.12%를 기록한 가운데 이들 지역은 상승률이 1.5배를 초과했다. 한국감정원 조사 기준 ▲수원 영통 8.34% ▲권선 7.68% ▲장안 3.44% ▲안양 만안 2.43% ▲의왕 1.93% 등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16대책 발표 이후에도 서울 집값만 빠르게 안정됐을 뿐 경기도 일부 지역의 상승세가 지속돼 대책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수원 영통·권선·장안, 안양 만안, 의왕은 그동안 비규제지역이었다.
대출과 청약의 규제가 다른 수도권 대비 약했던 것이다. 하지만 3월2일부터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기존 60%에서 구간별 차등 적용 방침에 따라 시세 9억원 이하 50%, 9억원 초과분 30%를 적용한다.
조정대상지역 3억원 이상 주택을 사려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도 의무화된다. 현행은 투기과열지구 3억원 이상 주택이지만 앞으로는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3억원 이상 주택, 비규제지역 6억원 이상 주택이 해당된다.
여기에 과열지역의 전매제한 기준이 3개로 나눠 규제된다. 조정대상지역은 1지역으로 분류돼 수원 영통·권선·장안, 안양 만안, 의왕 등은 소유권 이전 등기일까지 전매제한이 강화된다. 2지역은 성남 민간택지로 당첨일로부터 1년 6개월간 전매가 금지된다. 3지역은 수원 팔달, 용인 기흥, 남양주, 하남, 고양 민간택지로 당첨일로부터 공공택지 1년, 민간택지 6개월 동안 전매가 금지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규 조정대상지역과 기존 지역에 대해 시장 상황을 집중 점검하고 과열이 지속되면 즉시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관이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스1 장수영 기자
◆“그래도 부동산”… 간접투자상품 확대 필요
“규제지역 옆 동네로 퍼질 것으로 예상한다.”(시중은행 지점장 A씨)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공인중개사 B씨)
“규제지역은 미래가치가 높다는 인식이 있다.”(부동산업계 관계자 C씨)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부동산업계는 고개를 저었다. 정부 규제의 실효성이 낮다고 보는 것이다. 오히려 규제가 강화된 특정지역을 ‘미래가치가 높은 투자처’로 판단해 새로운 투자자가 뛰어드는 실정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수원을 조였더니 옆동네인 화성이나 오산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상황”이라며 “서울과 가깝지만 규제가 약한 인천도 대체 투자처로 들썩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정지역을 겨냥한 핀셋규제가 부작용을 양산한다고 지적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수도권은 촘촘한 교통망을 갖추고 다양한 가격대의 주택이 분포해 탄탄한 수요를 갖는 구조”라며 “집값 부담이 커지고 규제가 강화되면 경기·인천 등 비규제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도 비슷한 시각. 그는 “수도권에서 안산과 부천, 인천 연수·서구 등의 가격이 그동안 덜 오른 탓에 ‘키 맞추기’ 현상을 보이거나 교통망 호재의 기대감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김 팀장은 “평택처럼 수요기반에 비해 공급량이 많은 지역 혹은 서울에서 먼 경기 외곽으로까지의 수요가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오히려 부산이나 청주 등 지방이 들썩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투자자들이 부동산에 대해 갖는 ‘안전자산’의 고정된 인식이 집값 상승을 일으킨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시중 유동자금이 여전히 풍부해 갈 곳이 없는 데다 투자자에게 ‘부동산은 결국 오른다’는 학습효과와 함께 사라지지 않는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시장 반응에 즉각 대응하는 정책보다 장기적인 집값 안정을 위해 공급대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방위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유동자금이 리츠, 펀드 등 다양한 소액 간접투자상품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직접투자의 규제범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공모형 대체투자처를 많이 발굴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장기적인 임대주택 재고 확대와 보유세 강화에 발맞춘 거래세 정상화 등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할 방안이 여러 방면으로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4호(2020년 3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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