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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의 속설[김준기 논설의원]

복돌이-박 창 훈 2018. 10. 3. 09:15

전셋값의 속설[김준기 논설의원]


요즘 ‘미친 집값’이라는 말이 유행하지만 2~3년 전만 해도 ‘미친 전셋값’이 부동산 시장의 화두였다. 2014년부터 전셋집을 구하기 어렵고 전셋값이 뛰는 ‘전세대란’이 본격화됐다. 급기야 2015년에는 서울 일부 아파트의 전셋값이 집값보다 비싼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당시 전세대란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연 1.25%)까지 내린 영향이 컸다. 보통 집주인들은 목돈인 전셋값을 은행에 예치해 이자를 받아왔는데 금리가 떨어지면서 이점이 사라졌다. 결국 집주인들은 전세를 대거 월세로 전환했고, 전셋집의 씨가 마르면서 전셋값이 치솟았다.


박근혜 정부의 대대적인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 강남 지역 등에서 대규모 재건축이 시작되자 이곳 주민 대부분이 인근 전셋집으로 이주했다. 이에 해당 지역 전셋값이 올랐고, 여기서 밀려난 세입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연쇄적인 전셋값 상승이 발생했다. 2016년 5월 서울 인구가 28년 만에 1000만명 밑으로 떨어진 것도 서울 전셋값을 감당 못한 ‘전세난민’들이 경기도 등으로 이주한 것이 큰 요인이다.


전셋값 폭등으로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인 ‘전세가율’도 크게 높아졌다.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2016년 6월 75.1%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그랬던 전세가율이 최근 집값 급등으로 인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64.3%로, 2014년 1월 이후 4년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강남 11개구의 전세가율은 58.2%로 4년9개월 만에 60%대가 무너졌고, 강남구는 48.9%로 전셋값이 집값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부동산 시장에는 ‘전세가율 60% 법칙’이라는 속설이 있다. 전세가율이 60% 아래면 집값 하락, 그 이상이면 집값 상승 현상이 일어난다는 거다. 전세가율이 낮으면 그만큼 집값에 ‘거품’이 많다는 의미가 되는 데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어려워져 부동산 투기가 꺾인다는 거다. 속설대로라면 이제 서울 강남을 시작으로 집값이 하락해야 한다. 하지만 속설은 속설일 뿐, 집값이 떨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그저 급등한 집값을 따라 전셋값마저 뛰는 일만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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