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과 싸우는 정부가 안쓰러운 이유
지난 22일 오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부동산과 집값 문제 등 시장 동향에 대해 김수현 시민사회수석을 중심으로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앞장서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을 뿐 충분히 사전 논의를 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다음날인 23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등이 정부서울청사에 모였다. 주택시장 관련 긴급 간담회였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서울 주택시장 불안이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투기지역ㆍ투기과열지구ㆍ조정대상지역 추가 지정, 수도권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공급확대 방안 마련, 부동산 거래 단속, 불법 편법 대출조사 강화 등의 대책이 거론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먼저 움직였다. 일요일인 26일 서울시가 추진하던 ‘여의도ㆍ용산 마스터플랜’을 전면 보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주택시장이 이상 과열 조짐을 보여 깊이 우려 된다“는 게 이유였다. 얼마 전까지 “마스터플랜은 서울시 도시계획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협의할 내용이 많지 않다”고 각을 세우던 모습과 딴판이었다. 박 시장은 "문재인 정부와 적극 협력해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다음날인 27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수도권에 30만가구 이상 주택 공급을 확대한다는 계획과 서울 동작,종로,동대문, 중구를 투기지역으로, 광명과 하남을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이른바 8ㆍ27대책을 발표했다. 며칠 전 김동연 부총리와 김현미 장관 등이 모여 주택시장 관련 긴급 간담회에서 논의한 내용의 세부 계획이었다.
28일 부터는 ‘대출규제’ 방안이 언론을 통해 하나둘 흘러나오고 있다. 10월부터 시중은행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본격 도입해 가계 대출을 어렵게 한다거나, 다주택자와 고소득자는 주택금융공사의 전세 보증 상품과 보금자리론 상품 등을 이용할 수 없게 한다는 내용 등이다.
지난 일주일간 청와대와 정부, 서울시는 사실상 함께 움직였다. 여의도ㆍ용산 마스터플랜 전면 보류, 수도권 주택공급확대, 투기지역ㆍ투기과열지구ㆍ조정대상지역 추가지정, 대출 규제 강화 움직임까지 한묶음의 대책으로 보는 게 맞다.
최근 정부의 일련의 대응을 만만히 볼 수 없는 건 끝을 알 수 없어서다. 정부측은 “시장 상황을 봐가며 세금, 금융 등을 포함해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집값이 잡힐때까지 계속 대책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시장과 본격적인 싸움을 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참여정부 시기 집값이 뛰자 거의 매달 부동산 대책을 내놓던 때와 오버랩 되는 건 나뿐 아닐 것이다.
기억해야 할 건 집값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정부 정책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주택 수급조건, 경제 상황, 금리, 교육, 심지어 남북관계도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금융자산만 10억원이상인 우리나라 30만명 부자들의 심리 변화에 따라 움직일 수도 있다. 은행 대출 필요없이 수십억원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금융자산 10억 인구는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3만명씩 늘고 있다. 이들이 투자할 대상이 마땅찮은 것도 현실이다. 우리나라엔 5000만명 인구가 1600만채의 주택에 살고 있다. 정부를 포함한 누구도 마음먹은대로 좌우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시장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늘 있었지만 언제나 실패했다.
jumpcut@heraldcorp.com
'기본 정보 > 부동산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금은 여윳돈이 있는 세상이다. (0) | 2018.09.04 |
---|---|
월급이 허무하다. (0) | 2018.08.31 |
부동산값 오르고 있다. (0) | 2018.08.24 |
앞으로 10년을 내다 볼 때 투자가치가 높은 곳은 어디일까? (0) | 2018.08.23 |
부동산 10년 전과 지금 (0) | 2018.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