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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속쏙알기(1)-부동산] ②주거와 생산시설 혼재…최근 부동산개발·정비사업 성행

복돌이-박 창 훈 2018. 7. 3. 22:28

[북한 속쏙알기(1)-부동산] ②주거와 생산시설 혼재…최근 부동산개발·정비사업 성행


'사회주의 이상' 건설한 평양, 지금은 자본주의 개발로 변신중



세계의 모든 대도시가 그렇듯 평양에도 상징적인 랜드마크가 있다. 다만 다른 곳과 달리 평양 랜드마크는 사회주의 체제의 선전을 위한 목적으로 기획·건설된 것이 특징이다. 도시 중심부에 자리잡은 김일성광장과 주체사상탑, 만수대언덕, 개선문 등이 대표적이다.

평양은 사회주의 이상에 따라 계획되고 지어진 하나의 커다란 체제 선전물이다. 간간히 언론에 비춰진 모습은 잘 닦인 도로와 고층 건물 등으로 여느 대도시 풍경과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곳곳에서 상당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학계의 연구를 종합하면 사회주의 도시계획의 특징은 △대도시화 지양 △도시-농촌 간 격차 최소화 △주거와 생산시설을 결합한 자족적 커뮤니티 조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도시 노동자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계층 간 격차가 심화한다는 사회주의 이론에 따른 것이다.

평양은 한국전쟁으로 대부분의 기반시설이 파괴되는 위기를 겪었지만 북한 정권은 이를 오히려 사회주의 이상도시를 건설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했다.

북한은 1950년대 사회주의 도시계획이론을 적용한 첫 계획인 '평양시복구건설총계획도'를 만들고 평양 재건에 나섰다. 당시 계획에 따라 평양은 인구 집중화를 막기 위해 도시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역을 여러 곳 만드는 다핵화 도시로 설계됐다. 수용 인구는 100만명이었다.

1960년대 들어서는 체제 선전을 위한 본격적인 '도시 꾸미기'가 시작됐다. 대동강을 중심으로 주요 도로들이 확장됐고 고층 아파트와 대규모 문화시설도 만들어졌다.

일반적으로 대도시의 중심부에는 대규모 업무·상업시설이 들어서지만 평양의 중심부는 사회주의 선전물과 공공시설이 위치한다. 체제 선전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외국인을 위한 레져시설도 곳곳에 마련했다.

특이한 점은 주거지역과 업무지역(생산시설)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한데 섞여 있다는 것이다. 현대 도시계획 관점에선 체계적이지 않은 모습이지만 사회주의 도시계획에 따라 의도된 것이다. 주거와 생산시설을 한 지역에 묶어 도시노동자들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소규모 경제공동체를 만드는 게 사회주의의 목표기 때문이다.

지대(地代)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주의 경제로 인해 가능한 도시 구성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도시에서 업무·상업지역은 땅값이 비싸 주거지역은 자연스럽게 외부로 밀려난다. 교통망의 발달, 자동차 보급, 대중교통 체계 구축은 거주지와 업무지역의 구분을 더 명확하게 한다. 북한은 모든 땅이 국가 소유고 거주이전의 자유도 없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도시 형태를 억제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 이상향으로 건설된 평양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변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재정난으로 국가 배급체계가 흔들리자 개인(돈주)이 입지가 좋은 곳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부동산개발업과 낡은 집을 철거하고 새 집을 짓는 정비사업이 등장했다. 자본주의식 도시개발이다. 학술자료와 북한 관련 전문매체의 보도 등에 따르면 최근 이같은 경향은 더 심화하고 있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의 부동산개발은 지금도 비합법이지만 고위 관료가 개발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사회주의식 개발로 회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사무엘 기자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김사무엘 기자, 김지훈 기자, 박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