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속쏙알기(1)-부동산] ①커지는 주택시장, 집거간도 등장… 개발사업 수익률 '300%’
남한엔 '역세권'… 북한엔 '시세권' 있다
北의 내집마련? 입사증 뇌물 필수, 중개료만 10%
"부동산을 팔고 사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부동산 관리법 제4장 제28조 부동산 리용에서 지켜야 할 요구 사항이다. 북한에서는 '원칙적으로' 건설된 주택을 무상으로 배정받고 소유권이 없이 사용권만 있다. 국가가 배정한 주택을 매매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된다.
주택은 인민위원회와 해당기관, 기업소, 단체가 배정하는데 살림집법 제30조 2항에 따라 혁명투사·혁명렬사·애국렬사·전사자·피살자가족, 영웅, 전쟁로병, 영예군인, 제대군관, 교원, 과학자, 기술자, 공로자, 로력혁신자 등에게 우선 배정된다.
살림집의 배정 기준이 되는 신분은 특호에서 제4호까지 총 5등급으로, 직장과 직위 따라 주택유형 및 규모가 차등배정된다. 평양시를 제외한 지방 일반노동자는 통상 36.3㎡의 일자형 다가구 주택(일명 하모니카 주택)을 배정받는다.
하지만 90년대 중반(고난의 행군) 이후 주택배정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음성적 주택거래가 도시전반으로 확산됐고 법은 유명무실해졌다. 시장상인들과 일명 돈주들이 직접 아파트를 짓거나 빌라를 지어 달러를 받고 팔고 있다.
탈북작가 림일씨는 "국가의 살림집 배정이 막히면서 일반 주민들도 30~40년 된 주택을 암암리에 매매해 주거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며 "주거수준의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멘트, 철근 등 필요 자재는 돈주를 앞세운 중국업체가 제공하고 북한의 해당 기업소가 시공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완공 후 북한당국이 돈주의 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신축건물 일부를 시장에 내놓기까지 하고 있다.
◇외화벌이보다 나은 北 주택 사업 '수익률 300%'
산업은행 통일사업부 통일금융팀 이유진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에서 주택 건설 사업은 투자금 대비 수익이 3배에 달한다. 공급 대비 수요가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에는 국가가 모든 자금과 건설 자재를 공급받아 짓는 주택, 공적투자(해당건설사업소)와 개인투자가 결합된 방식, 건설사업소의 이름만 빌려 100% 개인투자로 짓는 방식이 혼재한다. 어떤 경우든 토지 매입비용은 들지 않는다. 인건비가 낮고 국가의 공적시스템을 이용하면 자재비용도 줄일 수 있다.
토지승인은 주민 지구토지를 주로 이용하는데 필요한 경우 뇌물을 주고 농업토지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건설허가는 국가 도시종합설계에 들어 있거나 건설계획에 책정돼 있으면 승인이 쉽다. 건설허가가 나면 설계사업소에 설계를 의뢰하는데 이때 뇌물이 필요하다. 기술지도·시공지도는 건설기업소 기술인력을 이용하거나 시장에서 선발한다.
자재는 주민시장에서 외화벌이기관이나 중국을 통해서도 조달받을 수 있다. 건축 인력도 시장에서 구할 수 있다. 공사기간 중 전기도 해당 배전소에 뒷돈을 주면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다.
◇살림집 배정 대신 아파트 분양, 입사증 발급 뇌물 횡행
지어진 아파트는 기여도에 따라 분양된다. 건설자금 제공자, 시공에 기여한 건설감독원, 설계원, 이 밖에 시멘트 공장과 전력 송배전부를 비롯한 해당 기관과 기업소 순이다.
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돈주들의 네트워크와 입소문으로 암거래된다. 개인구매자가 직접 집을 보고 판매자와 가격을 흥정하는 형태다. 가격이 결정되면 판매자는 해당 시·군 도시경영부 주택지도원에 뇌물을 주고 입사증(국가 살림집 리용 허가증)을 발급받는다.
뭐든 현금 직거래가 원칙이다. 입사증이 없는 주택은 기피된다. 북한에서 토지는 국가의 소유라 아파트 분양 후에도 불법주택으로 단속될 수 있다. 반면 입사증은 북한의 상속법에 의해서도 보장된다. 이 때문에 입사증 발급을 위한 뇌물이 횡행한다. 아예 인민위원회 도시경영국 주택배정과 직원들이 주택중개인(집 거간)으로 나서 집값의 10%를 수수료로 벌고 있다.
2009년 북한의 개정 살림집법은 건설 승인 및 설계 위반자들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이기 위해 강도 높은 견제와 처벌조항을 넣었다. 하지만 개인투자에 의한 아파트 건설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는 주민들의 급증하는 주택수요를 충족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좋은 주택을 사들이는 계층도 노동당 간부들이나 권력층이다. 주택 건설은 도시 미화를 통한 홍보가치도 있다. 농민시장이나 주민시장을 인정했듯이 개인 간 주택거래가 이미 당연시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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