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명 인구목표 집착에 세종시 `과밀도시` 되나
개발불가토지 발생하면서 주거용지 대거 줄었는데 인구 50만·주택 20만호 그대로
수도권 과밀화 대안이라더니 주거지용적률 일산 웃돌아
㏊당 300人 계획 5·6생활권…500명 인구 넘는 곳도 있어
학급당 학생수도 점점 많아져…"쾌적성 위해 속도 조절 필요"
세종시 주거단지들이 갈수록 과밀화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 개발하기 어려운 토지가 증가하고 학교시설을 추가 확보해 주거 용지가 감소한 반면 당초 계획된 인구 50만명에 맞춰 주택 건설을 추진해 발생한 일이다.
곧 분양될 주거지역에서 초기 분양 지역 인구밀도 2배를 상회하는 곳이 생겨나면서 수도권인 일산·판교 주거지역 인구밀도를 능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 과밀화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세종시가 되레 과밀화 우려가 커지는 '아이러니'를 겪고 있는 셈이다.
박세훈 국토연구원 박사는 최근 열린 건설주택포럼 세미나에서 행복도시의 주거지역 평균 용적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이미 분양된 1~4생활권을 비롯해 분양 예정인 5·6생활권 주거지를 종합한 평균 용적률은 180% 내외 수준이었다. 건립되는 주택에 100% 입주한다고 가정하면 수도권 대표 신도시인 일산·판교 용적률(170%·163%)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인구밀도 역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초기인 2010~2011년에 아파트가 분양된 1·2생활권은 ㏊당 인구가 각각 346.6명, 344명이었다. 하지만 올해 분양하는 6생활권은 ㏊당 362.4명까지 늘어났다. 생활권을 블록별로 더 자세히 따져보면 이 같은 경향이 더 분명해진다. 1-1생활권은 ㏊당 224명, 1생활권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1-3생활권이 ㏊당 424명이다. 하지만 분양 예정인 6-1생활권은 467명, 6-2생활권은 501명에 달한다.
당초 5·6생활권 주거밀도는 ㏊당 300명이었다. 세종시 주거단지에는 갈수록 좁은 면적에 더 많은 인구가 들어가 살게 된다는 얘기다. 박 박사는 "지형과 토질 등으로 인해 계획 당시 개발할 수 있을 것 같았던 토지가 실제로 개발하기 어려워지고, 학교시설이 부족해 학교 용지를 추가 하고 도로, 하천 등 기반시설을 추가 확보하면서 주거용지가 대거 감소했다"고 말했다 .
2006년 11월 발표된 세종시 초기 개발계획에 따르면 최초 주거용지는 총 1601만㎡에 달했다. 그러나 2017년 10월 수립된 43차 개발계획에 따르면 1422만㎡로 179만㎡나 줄어들었다. 주거용지 중 일부가 학교용지로 전환되거나 개발할 수 없는 땅으로 분류된 결과다. 예를 들어 1생활권 안에 중학교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2016년 1-2생활권 공동주택용지 중 일부가 아름2중학교(가칭)로 변경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가용 주거용지는 줄었으나 당초 수립된 목표 인구 50만명과 이에 따른 주택 20만가구는 그대로라는 점이다. 박 박사는 "행복도시는 수도권 과밀 해소라는 목표로 설계돼 어느 정도 정책 목표를 달성하고 있지만 양적인 도시 성장에 따른 질적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목표 인구 수용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게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허재완 중앙대 교수(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추진위원회 위원장)는 "원래 세종시 목표 인구 50만명은 '행정수도' 건립을 전제로 한 것인데 행정수도가 위헌 판결로 무산되자 나를 포함한 당시 자문단이 목표 인구를 낮출 것을 국토교통부에 제안했다"며 "그러나 당시 국토부가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미 세종시 개발계획과 면적·구역 등이 발표된 상황에서 목표 인구와 면적을 줄이면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게 당시 국토부 출신인 이춘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현 세종시장) 얘기였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세종시청에서 열린 건설주택포럼 세미나에 참석한 이 시장은 "행정수도로 출발했던 세종시의 완성과 발전을 위해 법적 지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최근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압도적 표 차이로 재선에 성공한 바 있다. 재선 이후 새로운 시정운영 목표로 개헌을 통한 '행정수도' 재추진을 사실상 다시 꺼내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 시장의 행정수도 완성을 통한 인구 50만명 달성 목표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많다.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조성되는 세종시는 지난달 인구 30만명을 넘어서며 기존 계획 대비 2년이나 빠른 인구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 이전 계획, 주변 도시 공백화 등이 지적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당초 목표했던 2030년 50만명 달성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이날 세미나에서 허 교수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서 이전 공공기관 중 60~70%가 옮겨와 세종은 도시적 완성도로 볼 때 성숙 단계에 들어섰다"며 "행정수도로서 위헌 판결 이전 인구 수용 목표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시 과밀화에 따른 문제점은 벌써 학교 과밀화에서 불거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세종시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밀도는 2015년 19.8명에서 2017년 말 기준 20.8명으로 늘었다. 주거용지까지 줄여가며 학교를 짓고 있어도 학급 과밀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박 박사는 "세종시가 다른 도시와 차별되는 포인트는 '삶의 질'"이라며 "수도권 신도시 수준을 상회하는 주거 밀도는 쾌적한 주거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장애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시는 이미 행정도시로서 적지 않은 성공을 거두었고 도시 그 자체로도 자생력을 증명한 상황인데 굳이 '행정수도' 시절 과다하게 설정된 목표 인구에 집착하다 수도권 신도시와 '붕어빵'처럼 닮아갈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이지용 기자 /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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