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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공모의 힘` 컬러풀 세종시

복돌이-박 창 훈 2016. 5. 15. 14:36

`설계공모의 힘` 컬러풀 세종시


스카이브리지·공중정원·유려한 스카이라인…14달째 미분양 0


◆ 서울시 재건축에 국제공모 검토 ◆


#1. '세종시의 강남'으로 불리는 2-1생활권 P1구역에 한신공영과 제일건설이 건설 중인 '한신 휴플러스·제일 풍경채' 단지에는 2018년 '개선문 아파트'가 들어선다. 지하 2층~최고 29층 49개동 총 2510가구로 이뤄졌는데 단지 초입의 주거동은 홍콩의 해변가 부촌인 리펄스베이의 최고급주택 '리펄스베이맨션'을 벤치마킹해 26층짜리 건물 중 9~19층 구간을 뻥 뚫은 것. 20~21층은 커뮤니티시설로 꾸며질 예정이다. 8층부터 29층까지 다양한 높낮이로 설계된 리드미컬한 스카이라인과 발코니를 활용한 올록볼록한 입면 디자인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실시한 설계공모에서 1등작으로 뽑혔다.

#2. 서울 강변북로에서 반대편 한강변을 바라보면 2008~2009년 입주한 잠실 일대 아파트가 눈에 들어온다. 리센츠(5563가구), 엘스(5678가구), 파크리오(6864가구) 등은 재건축을 끝낸 뒤 잠실의 집값 상승을 이끄는 대단지이지만 비슷한 높이의 고층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탓에 '콘크리트 장벽' 이 연상된다는 지적이 적잖다. 리센츠는 총 65개동인데 가장 낮은 층이 21층이고 최고 33층이다. 엘스는 17~34층 높이로 72개동이 배치돼 있다. 한강변인데도 한강 조망 가구가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적고, 단지 밖에서 아파트 동들이 한강을 가린다.

주택 시장에서 서울과 세종시의 도시 경관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로 출범 4주년을 맞은 세종시에는 특별건축구역 지정과 설계공모를 통해 건축미가 뛰어난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13일 행복청에 따르면 2013년 세종시의 강남으로 불리는 2-2생활권 3개 단지를 시작으로 3-2생활권과 3-3생활권 등 총 14개 단지를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했다. 특별건축제도는 획일적인 도시 미관을 개선하고 창의적인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2008년 도입됐다. 동간 간격과 도로사선 제한, 층고, 용적률 등 건축 규제가 대폭 완화돼 일종의 '디자인·설계 프리존(free-zone)'이다. 행복청은 세종시의 대부분 아파트에 대해 설계공모도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단지별로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디자인 타워동'이 들어서고 있다. 상층부가 'ㄷ' 자 형태로 설계된 건물부터 건물 두 동을 공중에서 연결한 스카이브리지, 건물 중앙에 조성한 공중정원, 계단식·측면 발코니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축물이 배출되고 있다.

스카이라인도 다채롭다. 공모 경쟁률이 최고 4대1을 기록한 4-1생활권 P1~3구역은 앞쪽 금강이 보이는 건물은 고층 타워형으로, 나머지는 중저층으로 각각 혼합 배치함으로써 스카이라인이 전체적으로 'V' 자 형태를 그린다. 행복청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설계안만 놓고 냉정하게 평가한다"며 "브랜드 파워가 있는 대형사라도 적당히 설계할 경우 공모에 절대 당선될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치열한 디자인 경쟁을 뚫어야 하는 건설사로서는 다른 신도시 주택 사업과 비교해 시간과 비용이 더 들지만 그만큼 단지의 건축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도시 경관을 차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비해 재건축·재개발이 많은 서울은 주민들이 꾸린 조합이 사업 초기 단계에서 주민총회를 열어 설계 업체를 선정하고 대략적인 설계안에 대해 서울시 심의를 받고 있다. 사업의 7분 능선인 사업시행인가를 통과해 시공사가 선정되면 건설사와 협의해 설계를 어느 정도 수정·보완할 수 있지만 이미 건축승인을 받은 기존 설계안에서 크게 벗어나긴 어렵다.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된 단지도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신반포1차)'가 유일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일반분양할 때 견본주택 방문객들이 '1군 건설사가 짓는데 평면이 잘 안 빠졌다' '단지 모양이 단조롭다' 등의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있는데 건설사는 조합의 설계안을 토대로 시공만 맡는 도급제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오해"라며 "단지의 설계 수준은 기본적으로 업체를 직접 선정하는 조합의 '눈썰미'에 달렸고 특별건축구역 지정도 쉽지 않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의 건축 실험에 대해 주택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청약 1순위에서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찍고 분양권에는 웃돈이 붙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세종시는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아파트 미분양 제로(0)건 기록이 1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도 성냥갑 아파트 퇴출을 위해 특별건축구역을 늘리거나 국제설계공모를 실시할지 등을 검토 중이다. 창의적인 아파트를 설계할 경우 층수를 비롯해 다양한 건축 규제가 완화될지 주목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설계공모 비용을 지자체가 부담하는 방안 등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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