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원정투자 바람…"집값상승·고경쟁 원인"
【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최근 대구나 부산 등 지방에 사는 투자자들이 수도권의 아파트를 매입하는 이른바 원정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전셋값과 매매가의 차이가 없어 적은 투자금으로 향후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주 무대다. 지역도 김포, 의정부 등 수도권 지역을 비롯해 일부 투자자들은 서울에서 나오는 애프터리빙제(전세형 분양제) 아파트의 매매도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분양시장에는 대구, 울산, 부산 등 영남지역에서 상경투자에 나서는 수요자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수년간의 집값 급등으로 큰 시세차익을 거둔 이들이 최고 1600대 1에 달하는 지방의 치열한 청약경쟁을 피해 수도권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세버스까지 대절해 모델하우스에 방문, 단체로 분양계약을 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서울지하철 7호선 이수역과 바로 맞닿아 있는 G건설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준공 후 주택경기 침체로 일부 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있었다.
시공사인 G건설측은 입주 시점에 주택경기 침체로 더 이상 미분양을 팔 수 없다는 생각에 일부 가구를 전세로 돌리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전세만기가 다가오면서 이 아파트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최근 수도권시장에 자주 등장하는 소위 대구 사모님이 몰려오면서 미분양 아파트를 쓸어간 탓이다.
"전용 120㎡의 경우 금융위기 당시 12억원 내외로 분양했다가 최근 분양가를 3억원 가까이 내려 9억원 수준에 판매 중입니다. 현재 전세 시세가 7억5000만원선으로 전세를 끼고 1억5000만원 정도면 계약이 가능해요. 전세가율이 82%에 달해 자기자본 비율이 적고 강남과 바로 인접한 입지여건 갖추고 있다 보니 계약물량 중 대부분을 영남권에서 원정 온 투자자들이 계약하고 갔습니다."(G건설 분양 관계자)
지난 4월 분양한 의정부시 민락2지구의 B건설 아파트는 청약 당시 1순위 청약 미달은 물론 초기에 미분양 물량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영남권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계약률을 급격히 끌어 올렸다.
총 939가구로 구성된 이 아파트의 경우 약 300여가구가 대구, 울산, 부산 등의 영남권 투자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의정부의 경우 수도권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대구나 부산, 울산보다 가격이 낮아 투자에 유리해요. 주택난이 극심해 추가 상승여력이 높아 영남권수요자들의 계약행렬이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B건설 아파트 관계자)
앞서 지난 3월 H건설이 의정부시 민락2지구에서 분양해 완판된 아파트 역시 전체 1567개의 계약 건수 가운데 약 150여건이 대구와 부산에서 올라온 지방 투자자였다.
초기 미분양이 극심했던 경기 김포지역도 마찬가지다.
G건설이 지난해 5월부터 공급에 나섰던 아파트 역시 3400여가구 중 178가구가 영남권 수요자들에게 팔렸다. D건설이 지난해 말 공급했던 아파트도 1500가구 중 300여 가구가 영남권 투자자들이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원정투자가 늘고 있는 이유로 지방의 기록적인 집값상승과 바늘구멍 청약경쟁률을 꼽고 있다. 기록적인 집값 상승으로 오히려 수도권 집값이 상대적으로 싸졌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부산을 비롯한 영남지역은 금융위기의 한파를 빗겨갔고 최근까지 집값 상승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은 지난해에야 비로소 침체를 딛고 상승세로 접어들었다.
일찌감치 상승을 시작한 영남권과 달리 수도권 지역의 집값 상승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도를 넘어서는 영남권의 청약광풍도 영남권 수요자들의 수도권행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7월 청약접수를 실시한 부산 대연파크푸르지오 전용 59㎡ 청약경쟁률은 1646대 1을 기록했다. 실거주자는 물론 단기투자차익을 거두려는 투자자들이 모여든 결과다.
올해 초부터 7월말까지의 시도별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도 부산 86.2대 1, 대구 79.6대 1 순으로 높게 나타나 10대 1 미만의 평균청약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는 수도권 지역과 대조를 보인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영남권 투자자들이 사통팔달의 교통망과 개발재료를 갖춰 상승여력이 높으면서도 가격이 저평가 돼 있고 전세가율이 높아 투자자금이 적게 드는 단지를 주로 사들이고 있다"며 "전매제한이 없어 단기투자가 가능하고 중도금 무이자, 잔금유예 등 계약조건이 유리한 단지도 선호대상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 해마다 되풀이되는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입주 후 전셋값을 올려 투자자금을 회수하거나 월세로 전환해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 인터넷 동호회나 카페 등에서 모여 함께 상경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배민욱 [mkbae@newsis.com] 2015/08/16 05:05:38
Copyright 뉴시스 | 이타임즈 신디케이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본 정보 > 부동산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부동산뉴스-8/20 (0) | 2015.08.19 |
---|---|
정부 민자사업 확대…내년 12개 BTO 추진 (0) | 2015.08.19 |
부산·세종·대구·광교·동탄2, 아파트 청약 '과열' (0) | 2015.08.19 |
오늘의 부동산뉴스-8/19 (0) | 2015.08.19 |
[아파트 읽어주는 남자]'교통호재' 카드로 '미분양' 뚫어낼까 (0) | 2015.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