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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격·크기·맛 못난 꽃게도 매력 있다

복돌이-박 창 훈 2010. 4. 15. 21:31

가격·크기·맛 못난 꽃게도 매력 있다

만수동 대청도 횟집

 

필자의 고향이 충남 대천입니다.(지금의 보령시입니다)
필자는 3살 때 서울에 올라와서 추억이 별로 없지만 봄, 가을 꽃게철만 되면 대천의 큰아버지가 보내 주시던 꽃게가 집에 소포로 도착하곤 했습니다.

꽃게가 도착하면 그날 저녁은 항상 꽃게탕이 상에 올랐고 다음날은 간장을 다리는 향기가 하루 종일 집에 머물곤 했었습니다.

이틀 뒤에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간장게장이 식구들 상에 올라 별로 먹을 게 없던 우리 집의 식탁은 꽃게로 인해 일주일 동안은 정말 풍요롭고 행복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 때도 꽃게는 비쌌고 지금도 비쌉니다.

봄에 알이 꽉 찬 암꽃게는 1kg에 싸도 3만원, 비싸면 4만원 이상 값이 나갑니다.

때문에 조금 맛있다싶은 간장게장 집의 1인분 가격이 싸도 1만8천원정도 하는게 현실입니다.

주머니 가벼운 직장인들에게 점심이나 저녁 한끼 식사비로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지요.

작년 봄에 직접 담은 간장게장을 냉동실에 보관하면서 슬슬 곶감 빼먹듯 모두 먹어 치워버린 필자는 요즘 어디 싸고 맛있는 간장게장집이 없나 큰 눈 뜨고 인천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사실 인천에는 전국에서 최고로 맛있는 간장게장집이 몇 군데 있습니다. 꽃게 간장게장으로 치면 석남동의 금호정이나 신흥동의 성원식당은 전국의 간장게장 업소 중 최고로 치는 곳들이긴 하지만 문제는 너무 비싸다는 점이고 싸고 맛있는 간장 게장집으로 관교동 밴댕이 골목들의 밴댕이 횟집 간장게장이지만 그 게장은 돌게장이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저의 문제점은 싸고 맛있는 꽃게 간장게장을 찾는다는데 있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없었죠.

회사 동료와 지난 화요일 간재미 물회와 9천원 점심 회정식으로 유명한 만수동의 대청도 횟집을 방문했습니다.

한 군데서 워낙 오래한 횟집이어서 만수동에서는 꽤 유명한 횟집입니다.

원래는 회정식을 먹으러 간 거였는데 업소 입구에 떡하니 ‘9천원 간장게장 정식 판매 시작’이라는 광고가 눈에 띄더군요. 아니 이게 웬 간장게장! 살짝 기대하는 마음이긴 했지만 아직 꽃게철이 아니기에 중국산을 가져다 쓰겠거니 하고 들어갔습니다.

자리에 앉아 여직원에게 꽃게는 어디산이냐고 살짝 물어보니 100% 국산 보장한다고 자신있게 말하더군요. 일단 속는셈 치고 간장게장 2인분을 주문했습니다. 조금 있다 상이 들어오는데 반찬이 꽤 깔리더군요. 거기다 꽁치에 조개탕까지…. 9천원 간장게장 정식으로는 꽤 거창해 보였습니다. 사실 속으로는 이거 빈수레가 요란한 거 아니야?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는 것도 잠시, 간장게장 2인분이 접시에 담겨 나왔는데 보기에도 색깔이 이뻐 보입니다.

제철이 아닌데도 게장의 알과 내장의 색이 적당히 간장을 먹어서 아주 맛있어 보이는 색이 나오더군요. 그렇다고 9천원짜리라서 게의 크기가 작으냐?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꽤 커 보이는 몸통의 크기와 집게발의 크기가 제법 실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다른 다리살이 몇 개 보이지 않습니다. 나중에 사장님께 여쭈어 보니 다리 몇 개 없는 국산 꽃게만 모아서 파니 그렇게 싼거랍니다.

역시! 전자제품도 기능은 이상이 없는데 겉에 약간 흠집 있는 제품을 따로 모아서 싸게 판매하는 리퍼브 제품이 있는데 꽃게라고 그런 게 없을까?

좋은 생각은 항상 고객을 즐겁게 하는 법이니 그날 필자는 생각지도 못한 행운을 사장님 덕에 가지게 된 거였지요.

   
각설하고 일단 1인분에 꽃게가 큼직한 것이 한 마리가 나옵니다. 거기에 일곱, 여덟가지 반찬에 꽁치 1마리, 조개탕… 원래 서더리매운탕이 나갔는데 사장님이 몇 번 내보내고 보니 매운탕은 손님들이 거의 손을 대지 않아서 조금 더 개운한 맛인 조개탕을 낸다고 합니다.

저도 그날 매운탕과 간장게장을 함께 먹어 봤는데 왠지 궁합이 맞지 않는 느낌이 강했고 조개탕은 혀에 계속 감도는 간장게장의 짠맛을 시원한 국물로 상쇄시켜주는 느낌이 아주 좋았습니다.

일단 간장게장은 참 잘 익었더군요. 음식맛을 내는 주방의 실장님이 심혈을 기울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간장게장의 뒷맛은 약간 달작지근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집의 간장게장은 개운하면서도 게가 가지고 있는 향을 최대한 살리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잡자마자 살아 있는 상태로 담근 간장게장은 아니라 살이 가지는 탄력성은 조금 부족했는데 입안에 들어가니 게의 살에 밴 적당한 간장의 짠맛이 밥과 함께 정말 잘 어울리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어머니표 간장게장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지만 매운 만족스러운 점심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격이 싸고 맘에 들었고 그 가격에 비할 수 없이 맛이 좋아서 즐거웠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간장게장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필자와 같이 30대 후반만 해도 간장게장은 밥도둑의 대명사였습니다. 게딱지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을 얹어서 알과 내장이 섞인 게장과 잘 비벼 먹으면 그날 은 정말 행복한 하루가 되는 시간입니다.

만수동 대청도횟집은 그 장소에서만 12년이 넘는 붙박이 식당입니다. 종업원들도 모두 그곳에서 3년 이상된 베테랑입니다.

   
사실 요즘 음식장사를 한 군데서 횟집이라는 종목으로 10년 이상 하기 정말 힘듭니다. 조금만 장사가 잘돼도 빨리 권리금 받고 빠져 버리기 일쑤고 일하는 사람들도 자주 바뀝니다. 하지만 대청도횟집은 그런 것에서 모두 비켜갔습니다.

사장님의 마인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음식점이 장소를 너무 자주 바꾸면 단골에게 소홀해지고 사람이 너무 자주 바뀌면 손님들 전체에게 서비스 정신이 없어진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으시더군요. 요즘같은 때 쉽게 볼 수 없는 장사하시는 분의 장인정신이었습니다.

간장게장도 그런 마인드로 만드시니 맛이 없을 리 없습니다. 실제로 정말 맛있더군요.

장점 = 일단 이 집의 강점은 가격입니다.
손바닥만한 국산 꽃게를 정말 싼 가격 9천원으로 맛있게 게장으로 만들어 내옵니다. 많이 남기지는 않고 손해 보지 않을 정도의 가격이니 누이좋고 매부좋은 장사를 하십니다. 그리고 맛있습니다. 거기에 다른 반찬이나 탕도 충분히 훌륭합니다.

단점 = 인천 만수동은 접근성이 매운 떨어지는 동네입니다. 승용차가 없이 대중교통으로 가면 두 번정도 버스를 갈아타던지 전철타고 가서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 단점이 있지요. 거기에 위치가 큰 건물 뒷건물이라 주차하기가 애매합니다. 물론 앞건물의 지하 주차장에 세우며 주차비를 대신 부담해 주십니다.

마무리 = 손님이 만족할 수 있는 가격과 맛.. 그것이 사실 음식점의 성공여부에서 90%는 좌우하지 않을까요? 거기에 서비스까지 좋다면 정말 최고의 음식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청도 횟집의 간장게장은 가격과 맛과 서비스를 두루 엘리트 코스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음식이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점심에 가면 9천원짜리 회정식도 있고 식사로 다른 것도 충분히 맛있습니다. 제철이 되면 거기에 맞는 횟감들이 잘 준비되어 맛도 정말 최고인 곳이기도 합니다.

위치 = 만수동 하이웨이주유소 옆 BYC 건물의 뒷골목 빨간 벽돌건물 2층. ☎032-464-3938



글 사진 = 장동학 독립영화 감독, 프로덕션 PD, 음식 사진 전문 촬영감독, 현재 다음 커뮤니케이션의 카페(4만명 회원), 인천맛집멋집 운영자, 영상촬영, 사진, 편집 일을 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 http://blog.daum.net/janginn, E-Mail : acts-all@daum.net

출처 : 동북아의허브-인천-
글쓴이 : 민이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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