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정보/부동산 칼럼

부동산이라는 무거운 가방

복돌이-박 창 훈 2009. 12. 30. 17:45

부동산이라는 무거운 가방

새해 부동산 값 오를 복병 많아

필자는 어디를 가건 핸드백을 들고 다닙니다. 선물로 받은 15년쯤 된 핸드백인데 남들이 보고 명품이라고 하더군요. 법률사무소로 출근을 할 때에는 큰 서류가방 하나를 더 들고 가고, 학교로 갈 때에는 수업용 책과 강의자료 보따리를 하나 더 들고 가지요.

학교 갈 때에는 가방과 보따리가 세 개나 되기 때문에 강의실에 도착할 시간이 되면 학생들이 미리 나와 제일 무거운 보따리를 받아 줍니다. 세 개를 가지고 다니려면 귀찮기도 해서 뭐 하나를 줄이고 싶지만 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버릴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역시 오늘도 세 개를 가지고 움직입니다. 집안 어느 구석에도 두어 개가 더 있지만 안 쓰는 가방은 10년이 넘어도 그대로 먼지 속에 묻혀있을 뿐 사용하지 않게 되던가요. 사용하기에 불편하거나 이상하게도 마음에 안 드는 건 늘 무용지물로 남게 되는 것이 가방이 아닌가 합니다. 사용하지 않아도 버리기는 아깝고,

핸드백이나 옷 또는 서류가방이 단 한 개도 없다면 얼마나 불편할까요? 물론 없는 대로 살 수는 있을 것이고, 습관이 되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하다못해 시장을 가더라도 핸드백이나 가방이 없다면 불편하기 짝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여자 분들은 비싼 핸드백을 사기도 한다면서요?

부동산이라는 가방은 어떤가요? 단 한 개도 없다면 많이 불편하겠지요. 남의 것 빌려서 가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이쪽 집, 저쪽 집에 늘 갖다 줘야 하고, 사정하면서 빌려야 하는데 쓰다가 흠이라도 나게 되면 물어줘야 하는 수도 있을 테니까요.

현재 부동산이라는 가방을 한 개도 가지고 있지 않은 분들께서는 이걸 하나 구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이게 보통 무거운 게 아니거든요. 그냥 사려면 목돈이 있어야 하고, 미리 예약을 하려면 가점도 좋아야 하니 말입니다. 사놔도 고민, 아니 사도 고민, 이게 바로 부동산 가방 아닐는지요.

<<사용하기 편하고 질이 좋은 가방은?>>

지금 장롱이나 수납장을 열어 보십시오. 자질구레한 가방이 여러 개 있는지를 말입니다.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가방도 있을 겁니다. 꼭 비싸서가 아니라 이모저모 쓰기 편하고 싫증나지 않은 가방도 있으시겠지요. 뭐 가방뿐 아니고 의복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만,

가방은 처음부터 맘에 안 들고, 쓰다가 싫증이 날 땐 버리면 그만이지만 부동산은 워낙 금액이 커서 한 번 잘못 사게 되면 평생을 후회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오르기를 기다리다가 결국 본전이나 밑지고 팔게 되니까요. 형편에 맞고, 편하고 쓰기 좋은 가방이 꼭 어디엔가 있긴 있을 것입니다마는,

가방이 없으신 분들께서는 자꾸 다른 집에 빌리러 다니지 마시고(전세 얻지 마시고) 지금 구입하심이 어떨는지요? 작은 가방을 큰 가방으로 바꾸기로 계획하신 분들이나 지역을 바꾸고자 하시는 분들에게도 요즘의 기회는 더없이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 년 동안 연평균 5만 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부족해 온 실정이고 2010년부터 2012년 사이에는 그 후유증도 나타날 것이라 하는데 특히 2011년은 그 부족의 정도가 심하여 값이 오를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가방이 더 무겁게 되면 어찌해야 할까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평균 공급물량은 5만 7500가구였으나, 2009년에는 2만 9000가구로, 2010년에는 2만 8천 가구로 줄어 버렸거든요. 경제성장률은 4.5%선에 이를 텐데 주택보급률은 줄어들고 있으니 가방이란 놈이 어느 날 “숯불에 밤 튀어 오르듯” 튈 수 있지 않을는지요.

우수와 경칩이 되면 얼음장이 풀리듯이 위축되었던 심리적 요인도 풀릴 것인즉, 잠자는 기존주택시장, 겉만 좋은 분양시장, 얼어있는 토지시장, 눈뜨고 잠자는 오피스텔 시장, 불안해서 잠 못 자는 재건축시장에서 쓸 만한 가방 하나 주어 보심도 지혜로운 일일 것입니다.

<<마지막 잔치는 꼭 있는 법>>

새해에는 입주물량도 제법 많고, 신규분양도 쏟아지고 있지만 그동안 부족했던 물량에 비하면 조족지혈이고, 지금 분양하는 아파트는 3년 후에 입주가 예상되기 때문에 수급조절에도 어려움이 있다 합니다. 전세상승에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겠지요.

출구전략과 금리인상의 카드가 흐르는 시장을 가로 막기도 어렵다는 겁니다. 여러 곳에서 풀릴 토지보상금도 워낙 많기 때문에 그러한 돈들은 가볍게 갈 수 있는 외곽지역의 주택이나 토지들과 입맞춤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름대로 잔치가 베풀어 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2기 신도시들의 분양이 바빠지고 있습니다. 인천을 비롯한 군산까지의 황해권이 중국의 발전으로 인하여 크게 일어나고 있음도 눈여겨봐야 하겠지요. 특히 재외국민들은 한국에 가방을 가지고 있지 않음이 대부분이고, 있더라도 갈아타기를 하려고 노력 중에 있다 하던가요.

값이 오르기 전에 고국에 쓸 만한 가방을 준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지역별로 오른 곳도 많고, 가고자 하는 곳은 이미 무거운 가방이 돼 버렸기 때문에 늘 차선책을 강구하고 있음이 사실일 겁니다.

아직 돈 준비가 덜 된 분들이야 값을 더 잡아두고 싶겠지만, 글쎄요, 오르는 경제성장률. 인플레이선. 공급불안. 저금리. 부동산 선호현상 등의 복병은 눈앞에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오른다, 내린다는 말은 동상이몽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해는 또 바뀌는데 우리 모두는 이 세상을 살고 있는지, 그저 지나가고 있는지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길들여진 한국의 부동산시장 또 어찌될지, 다시 한 해를 기다려 봐야지요. 까치는 집부터 짓고 세월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