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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괜찮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복돌이-박 창 훈 2009. 6. 15. 08:54

나름 괜찮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분양가상한제가 풍전등화(風前燈火)다. 지난 2월 주택법 개정을 통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한다고 했다가 무산된바 있지만 최근 분양가상한제 폐지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경제자유구역내 국제업무지구에서 분양되는 주택에 대해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부터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이유로 분양시장 침체, 외자 및 민자유치 어려움, 분양이득금으로의 기반시설 조성 등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실물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전폭적인 세제지원 및 경기호전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송도, 청라 등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과열양상마저 보이고 있던 터라 그 이유는 다소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또한 경제자유구역내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게 되면 구역내 공공주택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해진다. 여전히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인근지역 민간주택에 비해 경제자유구역내 공공주택 분양가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공공주택의 분양가 역전현상은 물론 공공주택 전매제한이 사라져 투기세력까지 몰리는 등 공공주택의 공공성이 저해되는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어찌됐든 2005년 8.31대책(공공택지)과 2007년 1.11대책(민간택지)을 통해 도입된 분양가상한제가 부동산시장에서 존립할 이유를 찾는다면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분양가 상승 억제이고, 다른 하나는 전매제한을 통한 투기억제이다.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이들 두 가지를 포기한다는 얘기와도 같다.

분양가상한제가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 같은 택지지구내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와 그렇지 않은 아파트의 분양가 차이를 살펴보자.

지난 2007년 파주 운정지구에서 분양된 상한제아파트 분양가는 3.3㎡당 9백11만원, 이에 반해 비상한제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천2백96만원으로 상한제아파트가 그렇지 않은 아파트에 비해 3.3㎡당 3백85만원이나 낮았다. 최근 청라지구에서 분양된 상한제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도 1천1백2만원으로 2년전에 분양된 비상한제아파트의 3.3㎡당 1천3백43만원에 비해 3.3㎡당 2백41만원이나 더 낮았다.

공공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직후 분양된 2006년 김포한강신도시에서 상한제 아파트 분양가도 3.3㎡당 7백48만원으로 그렇지 않은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천8만원보다 2백60만원이 더 낮았다. 2007년 분양한 진집지구 역시 상한제 아파트가 비상한제 아파트보다 3.3㎡당 1백32만원이 낮았으며, 송도국제도시 상한제 아파트 분양가도 올해 3.3㎡당 평균 1천3백25만원으로 2년전에 분양한 상한제 아파트 평균 분양가 1천462만원보다 1백37만원이 더 낮다. 2006년에 분양한 상한제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1천84만원에 불과했다.

그간 단품슬라이딩제 도입, 토지비의 실매입가 인정 등으로 건축비가 인상된 데다 최근 집값 하락으로 건설시장마저 위축돼 그 실효성이 의문 시 돼왔지만 이처럼 분양가상한제가 분양가의 무분별한 폭등을 억제해왔던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가뜩이나 재건축 후분양제가 폐지되어 분양가에 대한 통제기능이 약화된 마당에 분양가상한제마저 폐지된다면 분양가 상승 → 인근 주택가격 상승 → 분양가 상승의 악순환이 되풀이되어 다시금 주택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분양가상한제가 갖는 의미가 어디 그뿐이랴! MB정부 들어 그간의 부동산 규제완화를 통해 전매제한기간이 꾸준히 완화돼왔지만 아직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는 수도권의 경우 택지유형(민간택지? 공공택지?), 공급규모(전용면적 85㎡ 이하? 85㎡ 초과?) 및 권역 구분(과밀억제권역? 기타지역?, 투기과열지구? 비투기과열지구?)에 따라 최대 5년에서 최단 1년까지 분양권 전매가 제한된다. 지방소재 주택은 공공택지에 한해 1년간 전매가 제한된다.

전매제한 기간이 단축되면서 그 실효성 역시 의문 시 됐지만 그래도 전매제한이라는 존재만으로 분양시장의 투기수요를 어느 정도 잠재우는 역할을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분양가상한제의 또 하나의 존립이유이다.

투자자나 내 집 마련 실수요자에게서도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바로 분양가 경쟁력이다. 위에 사례로 든 분양단지도 그렇거니와 상한제 아파트가 처음 등장한 2006년부터 최근까지 같은 지구내 공공택지에서 공급된 상한제아파트의 분양가는 비상한제 아파트에 비해 3.3㎡당 평균 137만원 정도가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32형 기준 약 4천7백만원 정도 분양가가 더 적게 드는 셈이다.

또한 낮은 분양가는 프리미엄 특수도 더 크게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경기 호전으로 인한 집값 상승시 같은 지구내 조성된 아파트는 그 아파트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든 그렇지 않든 동일한 상승세를 보이기 마련이다. 분양가가 더 저렴한 분양가상한제 아파트가 그렇지 않은 아파트에 비해 프리미엄이 더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분양가의 높고 낮음에 따른 건축마감의 질적 차이에서 오는 프리미엄의 역전 현상도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비록 지난 2월 12일 한차례 논의됐던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야당과 여론의 반대로 예정된 수순을 밟지 못했지만 언제고 다시 폐지가 논의될지 모를 운명이다.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면 다시는 상한제 아파트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상한제 아파트가 나오고 있는 지금 청약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좋겠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는 2006년 이후 지금까지 약 4만여 가구가 분양됐고, 올해 내에 전국적으로 약 15만 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분양가의 폭등을 억제하고 투기를 차단함으로써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꾀한다는 대의적 명분, 더불어 비교적 저렴하게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수요자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양가상한제는 나름대로 존치될 가치가 있다고 할 것이다. 분양가상한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지금 그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