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은 회복단계
-모진 추위 속에서도 매화는 핀다-
요즘 부동산 시장을 일컬어 바닥을 다진다, 라고도 하고 저점을 통과하는 중이라고들 하더군요. 뭐 전철 뒤 칸이나 앞 칸이나 비슷한 말 같기도 합니다만 필자는 회복단계라는 의견을 내놓고 싶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부동산의 몸무게는 35키로(35%내림) 내지 40키로 가량이 줄어 든 중병을 앓아왔었고 지금도 그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표현이 옳을 겁니다. 환자가 중병을 앓고 일어나게 되면 약 1-3년의 회복기간이 필요하지 않던가요.
지금 환자는 병원 문밖을 나오고 있음이 눈에 들어옵니다. 퇴원한 환자는 앞으로 몸보신을 잘해야 정상으로 돌아오겠지요. 그런데 환자에게 보약을 먹일 돈이 없음이 문제로 남게 됩니다. 있을 듯해도 아직 시중에는 돈이 없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은 세계적인 경제가 아직 오랏줄에서 풀려나지 못하고 있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업자가 계속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억지를 써 봅니다. 앞으로도 실업자는 13만 명이 더 늘어난다고 하니 서민들의 생활이 암울하기만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강남 재건축시장을 비롯한 인근지역의 부동산 시세는 상당한 상승폭을 보였고 다 된 밥에 코 빠진다고 그로 인하여 투기지역이 보류단계에 이르고 있습니다. 성질 급한 게 탈이로군요. 잠시만 조용히들 있으시지.
매화는 추워도 꽃을 피웁니다. 강남은 지역성 자체가 추워도 꽃을 피우는 곳이기 때문에 아마 매화가 추워도 튀어 나온 모양입니다. 이번에 투기지역해제가 물 건너가게 되면 앞으로 5년은 풀려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 부동산의 봄은 짧고 겨울은 길다 -
원래 부동산의 봄은 짧고 겨울은 길게 느껴짐을 체험하셨을 겁니다. 집을 여러 채 두고 팔지를 못하셨거나 가격이 내렸어도 집을 사지 못하신 분들은 지난 2년 동안 아마 부동산에서 석사쯤 되셨을 겁니다. 공부 많이 하셨겠지요.
많은 부동산을 가진 죄로 한 달 은행 이자 1천만 원을 내지 못하여 여러 채가 경매로 넘어가게 되었다는 어느 상담자의 눈물이 지금도 눈에 선하게 들어옵니다. 엊그제 전화가 왔더군요. 한 채를 팔아서 급한 빚 정리를 했다고,
일단 환자가 퇴원을 하고 보니 즉, 부동산 시장이 중병을 앓고 나니 어느 정도 거래는 있다는 뜻이 되겠네요. 얼음이 얼어도 매화가 핀다면 눈이 내릴 때 국화도 피겠군요. 이게 바로 자연의 이치가 아닐는지요.
강남이 움직이니 주위도 움직인다는 파급효과로 보시는 편이 옳을 겁니다. 강남 시세가 오르면 자금상 강남에 입성하기 어려운 수요자는 당연히 그 이하 분당이나 용인, 수원을 노크하더군요. 연못에 들을 던져 보시면 금방 느끼실 겁니다.
그런데 요즘 부동산 시장은 1주일 휴가로 끝이 나는 수가 허다합니다. 상승시장이 길게 갈 줄 알고 버티다가는 2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보고 싶은 서방이 2년 동안 오지 않으면 찾아가기라도 하겠지만 부동산 시장은 찾아갈 수도 없는 것이어서 속병이 생긴다는 표현이 옳을 겁니다.
아무튼 부동산 시장이 최악은 넘겼다는 취지에는 공감합니다. 그러나 그 체력을 보강하기에는 앞으로 또 2년이라는 세월을 참아야 할 것이기에 지금은 낙관도 비관도 하기 힘든 혼조세가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단서에 이해를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부동산 시장도 자연의 순리대로-
요즘 주가가 오르고 부동산 거래가 다소라도 있게 됨은 작년 11월부터 찍어낸 돈이 시중에 흐르면서 이를 밀어 올리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그동안 몸을 사리던 뭉칫돈이 갈 곳을 기웃거리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게 모두 급행이나 직행을 좋아하는 탓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세상사 모든 일은 자연의 이치대로 흘러야 하고 시장경제는 물 흐르듯 흘러야 하는데 그동안 그렇지를 못해 왔음이 사실일 겁니다. 억지로 물꼬를 막아 왔음이 한 두 번이 아니었고 뛰는 토끼를 잡으려고 온 산에 쥐덫을 놓았음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모든 일은 순리대로 가야 뒤탈이 없게 되고 꽃이 지는 다음 열매가 맺는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데 지금의 세계적인 추세는 씨도 심지 않고 바로 감자부터 캐려는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으니 그래도 괜찮을 것인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필자는 가난한 집 장남으로 태어났기에 총각 때 선을 봤어도 연거푸 4번이나 딱지를 맞았다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선을 본 처녀마다 가난한 집 장남이라는 이유로 계속 딱지를 놓더군요. 옛날엔 가난한 집 장남은 사람취급도 받지 못했던 적이 있었음을 나이 드신 분들께서는 어느 정도 이해하실 겁니다.
마지막에는 성질이 나서 제가 처녀에게 그랬지요. “댁은 시집가거든 장남은 낳지 말고 차남부터 낳으세요.” 라고 했더니 눈을 찢어지도록 흘기더군요. 세상의 이치를 거스를 수 없기 문에 그 처녀도 지금 쯤 장남을 두고 있을 것입니다.
이 세상은 자연의 이치대로 흘러가기를 원합니다. 퇴원한 환자가 몸을 서서히 회복하려면 실업자가 줄어야 하고 소비경제가 살아 움직여야 하겠지요. 그럴 때 상승세를 타는 부동산 경기가 진짜 부동산 경기가 아니겠는지요.
어느 곳에 잠시 거래가 있었다는 이유를 들어 마치 시장이 살아난 양 호들갑을 떠는 모습은 주먹만 한 고양이 한 마리 보고 나서 집채만 한 호랑이 봤다고 하는 거나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요즘 가끔 그런 기분이 들고 있습니다.
-많은 미분양과 넘치는 입주물량의 악재-
위와 같이 실질적인 경제성장과 부동산 시장의 정상적인 움직임은 투자와 소비가 회복 됐을 때만 가능한 것입니다. 그런데 투자와 소비는 아직 엄동설한이라고 보는 편에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거품이 아직 꺼지지도 않았는데 혹여 다시 거품이 일어난다면 이건 경기회복이 아니라 오히려 인플레로 더 큰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지금 수도권 남부와 북부에 수만 채의 미분양아파트가 있습니다. 일산을 비롯한 경기남부와 북부의 입주물량도 한꺼번에 수만 채가 동시 다발적으로 터질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2-3년 동안 입주물량의 폭탄으로 인한 고충도 고려해 둠이 옳을 것입니다.
인천의 청라와 송도, 일산의 덕이지구 등, 파주의 신도시, 한강신도시, 판교, 흥덕, 영덕, 공세, 광교, 검단, 양주 등 경기 전역이 금년 한 해 입주물량의 과다 때문에 팔기도 어렵고 입주도 어려운 처지에 처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일 것입니다.
지금의 회복세는 더디 갈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설사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선다 하더라도 2006년 하반기 수준으로 올라가기는 전혀 힘든 일이라 할 것이고 옆걸음을 치는 시장 상황에선 서울에서 1시간 거리 지역이 차라리 오르는 폭과 내리는 폭이 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금년 한 해는 저평가 지역으로의 이동이 심하고 소형을 찾는 수요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돈 많은 사람들은 관망만 하고 실수요자만 바쁜 발걸음을 옳기고 있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자- 글을 맺습니다. 2009년은 혼돈 속의 주택시장이 걱정을 안은 체 문을 열고 있습니다. 더 시장을 관망하시면서 살펴보시겠습니까? 다소 천천히 가셔도 늦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까치는 뜨거워 뛰는 게 아닙니다. 빨리 가기 위해 뛰는 것입니다. 어차피 가실 바엔 먼저 가서 좋은 것 잡는 것도 재테크의 한 방법임을 여러 번 봐왔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렵니까?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윤정웅 교수(부동산학. 생활법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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