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공사, 아파트 택지비 2배 폭리

ㆍ의왕청계지구 매입비는 장지·발산보다 낮아

ㆍ“경기 그린벨트가 서울 요지 땅값보다 비싼 꼴”

대한주택공사가 경기 의왕청계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택지비를 서울 SH공사 장지·발산지구 아파트 택지비보다 2배 정도 높게 책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지역 땅값을 서울 땅값보다 훨씬 비싸게 매긴 것이다. 주공이 의왕청계지구의 용지를 사면서 토지소유자에게 준 보상비는 오히려 장지·발산지구보다 낮았다.

시민단체는 이에 대해 주공이 분양원가 공개제도 이후에도 폭리를 챙기면서 제도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주공이 최근 의왕청계지구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공개한 분양원가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슷한 시기에 개발된 서울 장지·발산지구의 분양원가보다 높게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주공은 지난 6일 의왕청계지구에서 공공분양아파트 266가구의 분양원가 61개 항목을 공개한 바 있고, SH공사는 지난해 4월 장지·발산지구 분양원가 내역을 공개한 바 있다. 이들 사업은 모두 2003년부터 시작됐다.

경실련 자료에 따르면 주택공사는 의왕청계지구의 택지를 확보하기 위해 용지보상비로 1358억원, 택지조성비로 969억원을 투입했다. 3.3㎡당 용지보상비 134만원, 택지조성비가 95만원이 들어 조성원가는 229만원이다. 도로, 녹지, 공원 등을 제외한 유상공급 면적만 계산하면 3.3㎡당 423만원이 조성원가다.

반면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서 SH공사가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밝힌 조성원가는 이보다 비싸다. 장지지구의 3.3㎡당 용지보상비는 311만원, 택지조성비는 114만원으로 425만원선이다. 유상면적만 계산한 택지조성원가는 695만원이다.

그러나 분양가를 책정하면서 밝힌 분양원가의 택지비는 오히려 의왕청계지구가 높다. 주공의 택지비 산정이 심하게 부풀려진 셈이다.

의왕청계지구의 택지비는 3.3㎡당 656만원인 반면 장지지구는 381만원, 발산지구는 250만선이었다.

택지비뿐 아니라 건축비도 주택공사가 높게 책정했다. 토목·건축·기계설비 등 순공사비와 이에 따른 관리비인 건축비에 설계·감리비 등을 합친 총공사비는 청계지구가 3.3㎡당 439만원이지만 장지지구는 382만원, 발산지구는 355만원이다.

SH공사는 후분양이 적용돼 실제 공사비를 공개했지만, 주택공사는 표준건축비를 적용해 실제 비용을 숨겼기 때문이란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주공이 공사를 하도급할 때 가격경쟁입찰로 시공사를 선정하기 때문에 실제 공사비는 표준건축비의 60~70%선이다. 주공이 건축비에서도 원가를 부풀렸다는 의미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서울 요지의 땅값이 경기지역 그린벨트 땅값보다 비쌀리 없는데도 땅값이 차이가 나는 것은 택지비가 원가를 숨기기에 좋은 항목이기 때문”이라면서 “이러한 폭리구조를 숨기기 위해 대법원의 원가공개 판결에도 원가를 전격적으로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공 측은 경실련의 주장이 억측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주공 관계자는 “청계지구의 원가는 분양가 산출내역이어서 실제 건설원가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면서 “택지비도 감정평가기관의 평가액대로 공급하기 때문에 폭리를 취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박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