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정보/부동산 정보

기획부동산은 요즘 "큰땅 NO, 작은땅 OK"

복돌이-박 창 훈 2008. 2. 3. 15:25

기획부동산은 요즘 "큰땅 NO, 작은땅 OK"

 

'올 봄 대목장 선다'며 다시 기승 조짐

 

30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삼성2동 선릉역 1번 출구 주변의 T기획부동산업체 사무실. 늦은 시간이지만 땅을 쪼개 팔기 위한 전화영업(텔레마케팅)으로 분주하다. 건물 4층에 들어선 이 업체는 올해 직원수를 20명에서 36명으로 늘렸다. 올 봄 토지시장에 '대목'장이 설 것으로 보고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1층에는 위장용으로 50㎡짜리 정식 부동산중개업소 사무실도 냈다. 투자자가 찾아오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1층 부동산중개업소 사무실에서 만난다.

요즘 규모가 임야나 농지를 매입해 비싸게 쪼개 파는 기획부동산업체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원주택 전문업체인 임광이앤씨 임수만 이사는 "올 봄 성수기를 앞두고 최근 먹잇감이 될만한 땅과 사무실을 구하는 업체들이 갑자기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 규제 완화, 대규모 토목사업으로 토지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영업방식이 사뭇 달라졌다. 한건하고 문을 닫는 속전속결식으로 바뀌었다.

소규모가 대세

요즘 기획부동산업체는 소규모가 대세다. 직원수도 50명 가량이 대부분이고 사무실도 250㎡ 정도로 단출하다. 쪼개 파는 땅도 1만㎡안팎으로 덩치가 작다. 이전에는 직원수 200∼300여명에 사무실도 500㎡ 안팎으로 넓직했다. 쪼개  파는 땅도 3만㎡ 이상으로 대규모였다.

기획부동산업체들이 소규모 추세인 것은 규제가 강화되면서 ‘속전속결’ 식 영업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선릉역 주변 T기획부동산업체 L상무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한 건 하고 곧바로 폐업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리가 쉬운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를 겨냥해 뜨내기 기획부동산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깔세’ 사무실도 등장했다.‘깔세’ 란 임대료를 선불로 받는 사무실을 말한다.

전직 기획부동산업체 대표인 이모(54)씨는 서울 강남에 전화기·책상 등을 갖춘 250㎡규모의 사무실 10여개를 확보해놓고 뜨내기들을 상대로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는 “사무실 1개당 한달 월세는 2000만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요즘 위축됐던 투자 심리가 되살아 나면서 임대 수요가 줄을 섰다”고 말한다.

덩치 작은 땅 선호해

또 요즘 기획부동산업체들은 큰 땅은 별로 취급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비도시지역까지 토지분할 사전허가제가 도입되면서 큰 땅은 분할이 어려워 져서 그렇다.

토지분할 사전허가제가 도입되면서 요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규모가 큰 땅은 투기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잘 쪼개주지 않는다. 그러나 1000㎡ 안팎의 농지는 실수요로 판단해 1회당 3조각 정도는 쪼개 준다.

강원도 평창군의 경우 한 필지를 소규모로 수십필지씩 분할 신청하면 투기 목적이 있다고 보고 허가를 안내주지만 매매계약서, 부동산 거래 신고필증 등의 서류를 갖추고 한꺼번에 2∼3개 조각씩 분할 신청하면 허가를 내주고 있다.

여주·이천 등도 마찬가지다. 기획부동산업체들은 이점을 노리고 1000㎡ 가량 소규모 농지나 임야를 먹잇감으로 노리고 있다.

기획부동산업체인 L디앤씨 L이사는 “요즘에는 투자자들이 공유 지분 형태는 피하기 때문에 개별 등기를 조건으로 분양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땅은 지자체에서 쪼개주기 때문에 예전과는 달리 덩치가 작은 땅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정부 단속 피해 합법 강조

합법을 강조하는 기획부동산업체들이 늘고 있다. 논현동에 위치한 기획부동산 업체인 K사는 요즘 뜨고 있는 경기도 여주군 산북면 임야 1만㎡6000여평에 대한 공동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토지분할 허가제 도입으로 분할이 어렵자 땅을 쪼개 파는 대신 2년 뒤 되팔아 수익을 올려주는 조건이다.

이 업체의 유모 사장은 “요즘 기획부동산들은 예전처럼 전화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땅을 쪼개 팔진 않는다. 대신 확실한 물건만 골라 분할등기 등의 뒷마무리까지 책임지는 등 변신을 위한 몸부림으로 분주하다”고 말했다.

예전에 가평 등에서 땅만 쪼개 팔던 J사는 사업 방향을 바꿔 개발허가를 받아 전원주택을 지어주는 조건으로 땅을 팔고 있다. 이 업체가 분양하는 땅은 여주군 여주읍 연양리 임야로 필지별 면적은 택지가 490~661㎡이고 건평이 33~66㎡이다. 조기 분양을 위해 가구당 분양가도 1억원 선의 소액으로 책정했다.

이 업체 L상무는 “지난해 11월 부동산개발업법 도입 이후 편·탈법 대신 합법적으로 하기로 했다. 수요자들의 반응도 좋아 지난해 1만㎡를 다 팔았다”고 말했다.

옛날 버릇 어디 가나

이처럼 일부 기획부동산 업체들의 변신을 위한 몸부림은 치열하지만 본업인 쪼개 팔기에 따른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 개별등기를 조건으로 여주군 산북면 임야 17만㎡를 쪼개 팔던 우리영림산림조합(피플플러스원) L사장은 최근 잠적했다.

30명에게 땅을 팔고 계약금과 중도금 명목으로 7억원을 챙겼지만 소유권 이전 등기를 못 해줬기 때문이다. 잠적하기 전 L사장은 “땅을 쪼개 팔았지만 계약금만 받은 원지주가 ‘잔금을 다 줄때까지 소유권을 넘겨 줄수 없다'고 버티는 바람에 등기를 못해 줘 투자자들로부터 압박이 심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 하고 있다.

기획부동산이 분양 당시 약속을 지키지 않자 투자자들이 대거 분양계약을 해약한 경우도 있다. 지난해 H영농조합이 경기도 철원에서 쪼개 땅을 분양받았던 300여명은 당초 개별등기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속았다며 계약을 모두 해약하고 분양대금 반환을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업체가 이미 분양대금의 대부분을 이미 직원 수당 지급 등에 써버린 뒤라 계약자들이 분양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정부의 단속과 토지시장 침체로 한동안 잠잠했던 기획부동산이 대선 이후 다시 늘고 있다”며 “공동 투자자들 모으는 등 한층 업그레이드된 게 요즘 업체들의 특징이지만 어디까지나 변형적인 방식이라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투자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