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수술대 오른 임대차법(上)
전셋값 갱신>신규 "역전"…'임대차3법 폐지' 되레 폭탄 될라
[편집자주] 임대차3법이 시행 2년만에 존폐기로에 섰다. 폐지론자들은 오는 8월 '전세대란 재발'을 경고하고 있지만 존치론자들은 '기우'라며 맞서고 있다. 섣부른 폐지가 더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그래도 수술은 필요하다. 임대차법이 보완해야 할 부분들과 대안을 짚어본다.
[단독]8월 전세대란은 허구?..서울 전셋값, 이중가격 사라졌다
지난 2월 서울 전세시장에선 신규 전셋값이 갱신보다 평균 3100만원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신규와 갱신 전셋값의 역전은 임대차2법 시행 후 처음이다. 심각했던 이중가격 문제가 점차 해소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갱신권을 사용한 전세매물이 시장에 나오면서 '전세품귀' 재발 가능성도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2년 전 전세대란 재현을 전제한 임대차3법 폐지론이 도리어 시장 불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인수위는 이중 전세값 걱정하는데...2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 신규 4.87억 vs 갱신 5.18억 "역전했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신규 전세값(보증금만 있는 순수 전세)은 평균 4억8700만원으로 갱신 전셋값 5억1800만원보다 낮았다. KDI가 임대차 신고제에 따라 지난 2월 신고된 총 6547건의 전세계약을 분석한 통계로 신규·갱신 전셋값의 역전은 2020년 7월 임대차2법 시행 이후 처음이다.
임대차2법 시행 후 신규 전셋값이 갱신의 2배까지 치솟는 이중가격 문제가 심각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신규(6억2600만원)가 갱신( 5억1500만원) 대비 1억원 넘게 비쌌다. 이는 인수위가 임대차법 폐지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유였다. 하지만 임대차 시장에선 이중가격 문제가 점차 해소돼 심지어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79㎡(3층)는 지난 2월 신규 계약이 6억원에 거래돼 같은층 갱신계약 7억원 대비 1억원이 더 낮았다.
비싼 전셋값을 감당 못해 월세를 낀 '반전세'로 전환한 세입자가 증가했을 가능성도 있으나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계약 건수는 지난해 6월 4111건에서 올해 2월 3188건으로 도리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2월 신고된 전세거래에 가격이 저렴한 장기전세나 평수가 좁은 매물이 더 많았을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추세적으로 신규 전세값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규 계약만을 대상으로 집계되는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전세값도 지난 1월31일 이후 10주 연속 하락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3법 시행에 따른 충격은 어느정도 흡수돼 2년치가 이미 신규 전셋값이 반영됐다"며 "전셋값 통계가 신규계약만으로 이뤄지고 있어 8월 전세값이 급등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전세품귀? 갱신→신규로 나오면 전세물량 더 늘어날수도...4월 물량 4만개로 임대차2법 직후 대비 2배
임대차2법 시행 직후 심각했던 '전세품귀' 현상도 8월에 재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2년 전에는 임차인들이 갱신권을 사용하면서 전세 물량이 급감했다. 이번엔 갱신 물량이 신규로 풀리기 때문에 매물이 도리어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서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의 서울 전월세 매물통계에 따르면 전세품귀 현상이 심화했던 지난 2020년 9월 1일 시장 매물은 2만7013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4월 11일 기준 매물은 4만2281건이다. 지난해 같은 날의 4만137개 수준을 유지 중이다.
이 때문에 달라진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없이 인수위가 임대차3법 폐지 가능성을 언급한 게 도리어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임대차3법 폐지보다 개선에 무게를 뒀다. 원 후보자는 "임대차3법은 약자가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에 대해 보호장치를 주기 위해 좋은 의도로 마련된 법"이라며 "정책이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다수의 세입자이고 임차인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그런 기조하에 종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임대차3법 폐지론' 원희룡이 폐기했다..'지역별 차등제' 검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임대차3법 폐지론을 꺼냈지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절대 다수의 세입자와 임차인을 보호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인수위의 '임대차법 폐지' 카드를 제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안으로는 전국에 획일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대상과 범위를 지역별, 주택별로 차등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인수위 임대차3법 폐지론, 원희룡 후보자가 사실상 '폐기'..새 정부서 임대차3법 보완으로 급물살
원희룡 후보자는 지난 11일 장관 내정후 정부과천청사로 첫 출근하는 자리에서 인수위의 '임대차3법 폐지 검토'와 관련해 "인수위가 정책을 결정하는 곳이 아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인수위 견해가 새 정부의 임대차3법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잣대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원 후보자는 도리어 "임대차 3법이 주거 약자인 임차인들의 주거권을 보호하고 가격이나 기간, 정보의 격차 등에 있어서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에 대해 보호장치를 주기 위한 좋은 의도로 마련된 법"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임대차3법 폐지 '카드'를 언급한 인수위 심교언 부동산TF(태스크포스) 팀장(건국대 교수)의 시각과는 온도차가 크다. 심 교수는 지난달 29일 언론 브리핑에서 임대차3법을 "현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 실패 사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원 후보자는 세입자를 보호하는 제도에 더 무게를 뒀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결과적으로 원 후보자가 인수위가 검토 중인 임대차3법 폐지 '카드'를 사실상 폐기했다고 볼 수 있다.
임대차3법을 폐지하지 않고 개선한다면 '지역별 차등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학계에서 대안으로 거론돼 온 방안으로 원 후보자도 구체적인 구상을 밝혔다. 그는 '월세전환율'을 사례로 들면서 "지역적인 차이 또는 임대차의 수요와 공급에 국지적이고 지역적인 특성, 이런 것들이 무시되고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처리됐다"며 "그때 놓친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환산하거나 월세를 전세로 환산할 때 적용되는 비율을 말한다. 현행 임대차3법상 갱신시에는 전월세 전환율을 2%+기준금리(1.25%)의 산식에 따라 전국 모든 주택에 3.25%를 일괄적용 중이다. 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바꿀때 무조건 연 325만원(월27만원)으로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신규계약 기준으로 보면 지난 2월 기준 전월세 전환율은 서울 4.7%, 경북 8.1%, 제주 5.6% 등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원 후보자 지적처럼 지역 경제 상황과 전세주택의 수요·공급에 따라 전환율이 다를 수밖에 없다.
지역별 차등제 도입시 전국 어디서나 동일하게 적용 중인 전월세 상한제 5%도 달라진다. 현재는 직전 임대료의 5% 이내로만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 이를 지역별 소비자물가지수와 경제 상황을 반영해 상한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대차3법 적용 대상 주택도 지역별로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경우 모든 상가가 대상이 아니라 지역별로 정해 놓은 보증금 상한 이하의 임대차에만 적용 중이다. 이를 임대차3법에 차용한다면 '서울 30억원 고가전세' 등은 임대차법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지역별 특성, 주택의 특성, 주택의 상태, 건축 연도, 임대료 수준 등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앞으로 활발히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임대차3법 개선 과정에서 집주인의 실거주로 세입자의 갱신권이 무력화 되는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김경희 명지대 박사는 '주택 임대차3법 문제점과 대안탐색 ' 논문에서 "(실거주 이유로)집주인 거부권을 정당 사유의 하나로 무조건 인정하는 대신 이에 대한 판단을 법적 절차에 따라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효력을 민사상 합의가 아닌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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