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벼랑끝 서민 외면하는 금융당국
요즘 서민 금융은 거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고삐를 바짝 죄기 시작한 올 하반기부터 이들의 사정은 어려워졌다.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준수하기 위해 일제히 대출 문턱을 높였다.
돈 나갈 곳은 많은데 빌릴 방법이 없으니 속이 타들어 간다. 무엇보다 이미 받아놓은 대출도 많은데 최근 금리까지 오르고 있으니 여기저기서 ‘죽을 맛이다’는 곡소리가 터져 나올 법도 하다.
지난달 26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추가대책이 나오기 전부터 전세살이를 하는 무주택 서민들은 마음을 졸여야 했다. 올 4분기에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전세대출이 포함되지 않아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으면 내년부터 전세대출에도 DSR 규제 잣대를 적용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특히 내년 1월부터는 소득이 적으면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으면 차주별 DSR이 적용된다. DSR 규제는 대출자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로 고소득자보다 저소득자가 받는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청약을 통한 내집마련을 꿈꾼 무주택 서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잔금대출 한도 기준을 분양가로 낮췄고 하나은행은 최근 대전 유성구의 한 아파트 분양 관련 잔금대출 한도를 분양가의 70% 이내로 제한했다. 아예 잔금대출을 내주지 않는 은행도 있다. 청약을 통해 내집 마련의 기회를 손에 쥐었지만 대출 규제로 주거 사다리가 끊어졌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대출을 받기도 어려워졌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금리에 날로 높아지는 이자부담도 서민들의 걱정거리를 보태는데 한몫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최고금리가 연 5%를 넘어섰다.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채 금리와 시장금리가 급등하자 단기간에 대출금리가 크게 뛰어오른 것이다.
대출자들의 불만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출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게시글에 5일만에 1만2000여명이 동의했고 은행 영업점에는 ‘금리가 왜 이렇게 비싸냐’는 민원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급격히 올리는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나몰라라’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게시판의 한 청원인은 “은행이 ‘대출의 희소성’을 무기로 서민들을 대상으로 장사 이익률을 높이려고 가산금리를 높이는데 (정부가) 이를 좌시하고 있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 1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인상과 관련해 “가산금리에 대해 정부가 강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앞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생각하면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이 확대되는 그런 시대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역시 은행권의 대출 금리가 상호금융권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현상과 관련해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같은 발언들은 당국이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을 눈감아주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1%만 뛰어도 전체 가계가 내야 할 이자가 12조원 늘어난다고 추정하고 있다. 은행은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위해 금리를 연일 올리고 금융당국 역시 이를 알면서도 어찌됐던 규제 효과가 있다고 보는만큼 별다른 제재에 나서지 않고 있어 애먼 대출자들의 부담만 커지는 양상이다.
은행 등 금융사들은 지난 몇년 동안 고객들에게 사모펀드를 무분별하게 판매해 서민 금융에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이 때문일까? 금융사들은 저마다 약속이나 한듯 소비자 보호 강화와 서민 금융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는 달콤한 표어를 내세우며 이미지 쇄신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서민들의 아픔을 뒷짐지고 관망만 하는 형국이다. 은행들은 사실상 금융당국의 방치 아래 높은 이자로 수익을 얻고 서민들은 그만큼 이자 부담이 커지는데다 점점 돈 빌리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이 서민을 위해 과도한 금리 인상에 제동 걸기를 기대하는 건 여전히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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