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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도 부동산 재테크 … 40평 15년새 10배 뛰어

복돌이-박 창 훈 2018. 9. 20. 07:56

평양도 부동산 재테크 … 40평 15년새 10배 뛰어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입력 2018.09.18 08:53 수정 2018.09.18 08:53

        

사는 집 일부 월세 놓아 돈벌이



“요즘 북한에선 돈이 생기면 계속 굴려야 한다는 생각들을 많이 합니다.” 
 
북한에서도 재테크 수단으로 등장한 게 부동산이다. 살림집(아파트) 거래가 활발해지면서다. 평양에 거주했던 A씨는 “2003년께 2만5000달러에 거래되던 중구역(평양시) 동성동의 40평짜리 아파트가 현재는 20만 달러”라며 “15년 사이에 10배나 뛰었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가 불법인 데다 거주 이전이 자유롭지 못한북한에선 한국에서처럼 수시로 이사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거래 등에는 해외 친척의 도움을 받아 또는 해외 근무를 하며 마련한 ‘뒷주머니’를 종잣돈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B씨는 “북한에서 재테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남쪽에 와서도 부동산 거래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며 “더러 성공한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다.
  

“주인은 안방, 세입자는 부엌살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일부에 연 또는 월 단위로 세를 놓는 경우도 등장했다. 일종의 전·월세다. 일부는 집을 판 뒤 남의 집에 얹혀 살면서 돈을 불리려 하기도 한다. 신의주에서 살다 탈북한 B씨는 “주인은 안방에서, 세입자는 정지(부엌)에서 사는 경우도 있다”며 “한 달 월세는 50~100원 정도”라고 말했다. 

돈벌이에 대한 관심은 특권층이 생활하는 평양보다는 지방에서 오히려 더 크다는 주장도 나왔다. 탈북자 C씨는 “고난의 행군이 끝난 뒤 ‘양들은 굶어 죽고, 여우는 살아남는다’는 말이 생겼다”며 “국가 배급만 바라보거나 체면을 생각했던 사람들은 굶어 죽으니 이후 수중에 돈이 있어야 살아남는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북한 은행 당국은 주민들이 보유한 달러 등의 외화를 회수하기 위해 외환으로 저금할 경우 이자를 더 주겠다며 유인하지만 주민들은 저축보다는 돈을 굴리는 데 더 관심이 많다는 게 탈북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D씨는 “요즘 북한에선 ‘돈이 돈을 낳는다’는 말이 유행”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선 고위층과 결탁하거나 종잣돈을 모아 시장에 일찍 뛰어든 사람들 중 ‘돈주’가 등장했다. 현금 동원력이 막강한 이들이다. 이들은 사재기를 통해 북한의 시장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보이는 손’으로 활동 중이다.

과거엔 5만 달러 이상을 보유하면 돈주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지방에서도 10만 달러를 훨씬 넘는 재력가가 돼야 돈주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북한에서도 자본 축적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산 10만 달러 넘는 ‘돈주’ 등장


돈주들은 은행을 대신해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거나, 기업소나 공장에 직접 투자해 이윤을 남기는 경우까지 있다. 돈주들이 늘어나며 돈주들의 돈을 관리하는 일종의 사금융이 생겼다는 소문도 있다. 돈주들은 중앙 또는 지방의 간부들과 결탁해 이권을 챙기는 경우도 많은데, 이들의 재력과 권한이 너무 커져 북한 경제를 좌우할 정도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쌀값이나 기름값의 변동이 적은 건 돈주들이 사재기했던 물건들을 조금씩 풀며 공급을 관리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돈주의 등장은 북한의 수요공급 체계까지 바꾸고 있다. 계획경제인 북한에선 생산→국가수매→주민 공급이 일반적인 유통 과정이다. 하지만 최근엔 생산→특권층+돈주(도매상)→상인(소매상)→주민으로 변화하는 양상이 등장했다. 특히 장마당이 상설화하고 중국산 물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중국상→돈주→택배→되거래상(도매)→매대(소매)로 이어지는 구조도 생겼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