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수도권 집값을 V자 반등시켰나?
8월 들어 수도권 주택시장은 V자 반등이 시작됐습니다. 6개월 남짓 조정장세를 끝내고 강남3구를 시작으로 우상향 기울기가 가파릅니다. 서울 전역과 경기권에선 과천 안양 의왕 광명 성남 고양 등 정비사업이 활발한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오윤섭의 부자노트에선 8월부터 시작된 수도권 아파트시장 V자 반등의 원인을 시장에 유통되는 공급물량을 통해 분석해봅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 우려할 수밖에 없는 게 바로 최근 주택공급 정책입니다.
박근혜정부는 2014년 9월 1일 수도권 집값이 안정됐다는 이유로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개발을 중단했습니다. 수도권 대세상승장이 시작됐음에도 2015년까지 2017년까지 3년간 신규 택지 개발이 중단됐습니다. 상승장에선 주택공급물량을 늘리는 게 정상적인 대응인데 말입니다.
이로 인해 수도권 입주물량은 2018년 꼭지를 찍고 2019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섭니다. 특히 수도권 2기 신도시는 동탄2가 2019년 상반기를 마지막으로 입주가 대부분 끝나갑니다.
문재인정부도 참여정부처럼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폭이 커진다면 2019년 이후 집값 안정책으로 신도시 등 주택공급 확대책을 발표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또 다주택자가 시장에 매물을 내놓게 하려고 한시적 양도세 중과 완화 조치가 시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택시장에서 매매가에 영향을 미치는 공급물량은 크게 2가지입니다. 입주물량과 재고아파트 매도물량입니다. 재고아파트 매도물량은 다주택자가 핵심 공급원입니다. 여기에 하나더 추가한다면 분양권(입주권)이 있습니다. 주택시장에 적정 재고물량을 판단하는데 있어선 가장 중요한 수치는 미분양 물량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입주물량 추세는 분양물량 추세를 보면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또 분양물량은 인허가(건축허가) 실적을 보면 미리 알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아파트 인허가 실적을 보면 3~4년뒤 아파트 입주물량을 알 수 있습니다.
아파트 인허가 실적은 사업승인을 기준으로 합니다. 지금처럼 상승장에서 사업승인을 받으면 1~6개월 이내 착공하고 일반분양을 합니다. 신규주택공급물량의 대표적인 선행지표입니다.
서울 아파트 인허가 실적을 보면 2017년 7만5천가구에 달해 지난 2013년 8만4천가구 이후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2018년 상반기는 1만가구에 그쳐 전년동기(2만2천가구) 대비 52.4% 급감했습니다. 전년도 즉 2017년이 워낙 공급물량이 많아 착시 효과라고 볼 수 있지만 서울 아파트 인허가 실적은 2017년 12월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서울 공동주택 재고물량 추이를 보면 2013년 148만가구에서 2014년 149만가구, 2015년 152만가구, 2016년 151만가구, 2017년 143만가구입니다. 2017년 12월 현재 재고물량은 10년전 2007년(125만가구)보다 14.4% 증가해 매년 평균 1.5% 정도 늘어난 수준입니다. 2017년엔 아파트 재고물량이 전년보다 오히려 줄었습니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 재고물량이 늘어나지 않는 것은 멸실주택 때문입니다. 2015년 이후 서울에서 신규아파트공급은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90% 안팎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멸실주택을 동반해 아파트 재고물량 순증가(신축아파트-멸실주택) 효과가 미미합니다.
서울 아파트 인허가 실적은 수도권 집값이 바닥을 친 2013년 이후 절대 공급물량이 적은데다 물량도 들쑥날쑥입니다. 2017년을 제외하고 매년 3만~4만가구에 그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필요한 입주물량이 연간 5만가구인지 7만가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2018~2021년 인허가 실적에서 매년 4만~5만가구가 멸실주택으로 사라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2000~2008년 평균 5만가구 이상 입주했습니다. 반면 2009년 이후 10년간 3만가구 안팎에 머물고 있습니다. 2018년 3만8천가구, 2019년 4만가구로 많아 보이지만 가락시영(송파헬리오시티 9,510가구), 고덕주공2단지(고덕그라시움 4,932가구) 등 대규모 재건축단지로 인해 일시적으로 늘어났을 뿐입니다. 2020년엔 3만3천가구로 다시 감소세입니다.
지난 10년간 서울 입주물량 감소는 재고물량 부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축 희소가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더욱이 서울 대체재인 위례 판교 동탄2 등 수도권 2기 신도시 입주물량도 2019년 상반기 지나면 사실상 끝납니다. 경기 입주물량이 2018년 17만가구로 정점을 찍고 2019년 12만가구, 2020년 10만가구로 줄어듭니다.
주택시장에서 매매가에 영향을 미치는 공급물량은 입주물량보다 재고아파트 매도물량입니다. 입주물량은 매도물량이 많지 않아 매매가 보단 전셋값 안정 효과가 더 큽니다. 물론 입주물량이 재고물량이 되기 때문에 입주 2년후부터 본격적으로 매도물량이 늘어납니다.
재고아파트 매도물량은 지난해 8.2대책 이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로 인해 급감하고 있습니다.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서울 주택이 2018년 상반기에만 6만6천가구에 달합니다. 경기는 4만9천가구. 조정대상지역이 몰려있는 수도권 주택시장의 매물잠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또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재건축 조합원지위 양도금지로 재건축 아파트 7만가구가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앞으로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중층 재건축단지가 늘어날수록 매도물량이 급감할 것입니다. 재개발도 2018년 1월 23일까지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못한 곳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등기까지 거래할 수 없게 돼 2019년부터 매물잠김이 시작될 것입니다.
한편 수도권 분양권 매매물량도 8.2대책 이후 조정대상지역에서 분양권 전매가 금지돼 소유권이전등기 이후에나 매매할 수 있어 매도물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참고로 정비사업처럼 등기가 늦게 나는 경우 전매제한 기간 3년이 지나면 등기가 나지 않아도 매매할 수 있습니다. 전매제한 기산일은 2018년 8월 7일부터 당첨자 계약일 첫날에서 당첨자 발표일로 변경됐습니다.
8월 수도권 아파트시장이 V자 반등한 것은 재고물량이 부족한(줄어드는) 상황에서 다주택자가 내놓은 매도물량이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집값이 안정되려면 다주택자가 보유한 재고아파트가 시장에 매물로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전셋값이 하락하고 금리인상이 예고됐음에도 다주택자 매도물량은 수도권 전역에서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하나 거래될 때마다 실거래가 상승폭이 커지고 있습니다. 2018년 공시가격 대폭 인상으로 다주택자 매도물량이 쏟아질까요?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상승폭이 2015년, 2016년은 물론 2017년 상반기 8.2대책 이전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2015년 이후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계단식 상승장이 계속되고 있지만 8월 들어 상승폭이 더욱 커지고 상승지역이 광범위해지고 있습니다.
8월 수도권 주택시장은 과거 2000년대 대세상승장인 2001년, 2005년 V자 반등이 떠오르는 요즘입니다. 과열된 시장에서 부동산 가치투자자라면 거래량, 전셋값 추세를 세밀하게 지켜보며 차분하게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차분하게 대응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로 마무리합니다.
"과열된 시장 상황이 언제 식을지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는 모르더라도, 우리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야 한다." - 하워드 막스의 '투자에 대한 생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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