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후 부동산 대전망] 전월세 상한제, 둥지 틀까
부동산시장에서 ‘규제’는 가장 민감한 이슈다. 지난 박근혜정부 4년은 주택 취득세 인하와 기업 뉴스테이(임대주택)에 대한 세제혜택, 청약 규제완화 등 부양책을 가동해 부동산시장이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차기 정부에서는 어느 때보다 강력한 부동산 규제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반면 무주택자나 서민들은 집값이 떨어지기를 기대한다. 기업뿐 아니라 내집 마련이 필요한 실수요자, 전월세 세입자 등 가계가 부동산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머니S>가 전월세 상한제, 보유세 인상, 초과이익환수제 등 대선 이후 부동산시장을 좌우할 이슈를 짚어봤다.<편집자주>
선거 때마다 각 정당 후보의 부동산시장 ‘규제·완화’ 공약에 이목이 쏠리지만 공약 현실화의 벽은 높다. 이번 선거 역시 전월세상한제,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서민을 위한 공약이 줄을 잇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부호가 찍힌다. 집주인·임대사업자와 세입자의 입장이 분명한 온도차를 보여서다. 이처럼 부동산시장 규제와 완화를 두고 갈등이 첨예해 누가 대통령이 돼도 공약 이행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너도나도 외치는 ‘서민 주거 안정화’
주요 정당 대선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서민 주거 안정화’를 외치며 표심잡기에 나섰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매년 17만가구(5년간 85만호)의 공적 임대주택 공급 ▲권리표준임대료 고시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제 및 임대료 상한제의 단계적 제도화 등의 공약을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2030세대 대상 시세 대비 30% 저렴한 공공임대주택(30만호) 공급 ▲저리 주택구입·전세자금 지원(10만호) ▲내집 마련 위한 공공분양(5만호) 등을 제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매년 15만가구씩 공공주택 공급(청년·중장년층·노년층에 각 5만가구씩 배정) ▲매입임대주택, 기숙사형 주택, 셰어하우스, 사회임대주택 등 다양한 방식의 청년희망임대주택 5만가구 공급 ▲임대료 상한제 도입 등을 약속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공공분양주택 최대 50% 이상 1~2인가구에 우선 공급 ▲민간 소형주택 건설 의무비율 제도 부활 ▲1~2인가구 실거주 목적 60㎡ 이하 소형주택 구입 또는 분양 시 취득세 전액 면제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주거안정 위해 매년 ‘반값 임대주택’ 15만호 공급 ▲저소득층 가구(중위소득의 60% 수준 가구) 대상 월 20만원 주거급여 지급 ▲전월세 상한제 도입 및 분양원가 공개 등의 공약을 공개하며 서민 주거 안정화를 외쳤다.
모든 후보가 공공임대주택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며 특히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등 야권의 세 후보는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세입자는 환영, 집주인은 불만
“매달 꼬박꼬박 나가는 월세 걱정에 먹고 살기 빠듯합니다. 게다가 2년만 지나면 주인 마음대로 월세를 비싸게 올려도 세입자는 뭐라 할 수 없잖아요.”(세입자 A씨)
“집주인은 땅 파서 장사하나요? 저도 힘들게 벌어서 모은 돈에 대출까지 받아 임대업하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는데 너무 집주인들만 옥죄네요.”(집주인 B씨)
“비싸게 집 사도 제한된 금액으로 전월세 주라는 건데 임차인들 빼고 누가 좋아하겠어요. 서민을 위한 공약이지만 모두가 공감할 순 없다고 봅니다.”(공인중개업자 C씨)
이처럼 대선주자들이 내건 전월세상한제 등 서민 주거 안정화 공약에 대한 생각은 제각각이다.
세입자는 지속적인 전셋값 상승에 지쳐 도입을 찬성한다. 2년 전세계약 만료가 도래할 때마다 ‘아니면 나가라’는 식의 집주인을 막을 방도가 없어 전월세상한제 도입으로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집주인은 일방적인 법 적용은 있을 수 없다며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반대한다. 빚내서 임대업하는 마당에 집주인만 매년 오르는 물가를 그냥 앉아서 감당해야 하냐는 논리다. 집주인 재산권도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맞선다.
세입자와 집주인을 연결 하는 공인중개업자 역시 모두를 충족시키는 정책은 아니라고 지적하며 집주인 입장을 일부 대변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대선주자의 서민 주거 안정화 방안은 이해관계가 얽혀 실제 실현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세입자뿐만 아니라 집주인 권리도 보호받아야 마땅하지만 분쟁 발생 시 세입자를 절대적 약자로 인식하는 사회적 시각이 강해 정작 집주인 권리보호는 뒷전인 경우도 많아서다.
특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월세상한제 도입에 여야 입장이 엇갈렸지만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에서 표심을 의식한 공수표를 남발한다는 지적도 나와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은 커지고 있다.
◆서민 주거 안정? 포퓰리즘 공약 우려
전월세상한제 등 서민 주거 안정화 정책은 지난해까 해도 정부와 여야 간 의견 대립으로 겉돌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20대 국회 들어 ‘임차인 계약갱신청구권 1회 도입’과 ‘임대료 인상률 연 5% 제한’을 중심으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5건을 잇따라 발의하며 입법 의지를 보였다.
두 법안은 전월세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한 핵심적인 장치로 손꼽히지만 정부와 여당이 과거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임대차 계약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된 뒤 단기간에 전셋값이 폭등한 사례를 들며 부작용을 우려해 연이어 폐기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구 여당 출신인 홍준표·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이 높지 않고 두 야당의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지지율 1·2위를 차지해 둘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법제화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좀 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한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선후보들이 공통적으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서민주거지원 확대, 부동산세제 개편, 가계부채 해결책 등을 발표했는데 일부 공약은 실현가능성이 부족하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저소득 주거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는 필요하다”면서도 “후분양제나 분양원가 공개 등은 시장질서 왜곡 및 현행 금융환경과의 괴리 문제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은 민간임대주택 공급 축소 및 임대료 상승 등 부작용이 뒤따를 것”이라며 “가격제한 정책은 시장질서 왜곡 우려가 있어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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