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측 "부동산 보유세 인상 계획 없다"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입력 2017.04.19 09:07
규제 강화보다 현상 유지에 무게
부동산 대책과 관련,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상을 주장해 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이 "현재로선 보유세를 인상할 계획이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문재인 캠프의 홍종학 정책본부장은 1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불안한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이지만 시장이 안정되기 전까지 추진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도 비슷한 입장이다. 시장을 활성화시키거나 규제 고삐를 죄기보다 ‘현상 유지’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18일 중앙일보가 문재인·안철수·홍준표·유승민·심상정 후보 측에 부동산 공약을 질의한 결과 유력 주자인 문·안 후보는 대부분 질의에 대해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틀을 그대로 가져가겠다"고 답했다. 전매제한, 중도금 대출 보증요건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11·3 부동산 대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얘기다.
문 후보 측은 "인위적인 변화는 없다"고 강조했다. 홍종학 본부장은 "중도금 대출 규제, 분양가상한제(공공택지와 일부 민간택지에만 적용), 뉴스테이(중산층 임대주택) 같은 현 정부 주요 부동산 정책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답했다.
특히 보유세 인상 같이 파급력이 큰 공약에 대해선 "장기적으론 옳은 방향"이란 전제를 달면서도 "현재로선 추진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 후보는 그동안 "보유세 비중을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0.79%에서 1%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다만 전·월세 인상률을 일정 한도 아래로 묶는 ‘전·월세 상한제’나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1회에 한해 전·월세 계약 갱신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계약갱신청구권제’는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중도금 대출 규제에 대해선 "그동안 무분별하게 이뤄진 집단대출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고삐를 죄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7월 끝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조치에 대해선 "더 이상 완화할 계획이 없다. 대출 심사 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LTV·DTI는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한 핵심 요건이다.
공공임대주택의 30%를 신혼부부에게 공급하고 ‘반값 임대료’를 현실화하겠다는 게 문 후보 측의 새로운 공약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노무현 정부 시절 집값을 잡으려고 종합부동산세 정책을 추진했다가 집값이 폭등해 역풍을 맞은 ‘학습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한목소리
안철수 후보 측도 현행 제도를 건드리지 않겠다며 ‘신중 모드’를 유지했다. 채이배 안철수 캠프 공약단장은 보유세 인상에 대해 "보유세를 올려야 한다는 원칙엔 공감하지만 현재로선 올릴 계획이 없다. 국민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고 밝혔다. LTV·DTI 강화에 대해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현행 뉴스테이·분양가상한제를 유지하고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도입하는 건 문 후보와 마찬가지였다. 결이 다른 부분은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 공약이었다. 채 단장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는 상황이다. 금리인상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규제를 통해 인위적으로 대출을 조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측은 현행 부동산 정책 틀을 거의 그대로 고수했다. 하지만 질의 상당수에 대해 답변을 보류하거나 "논의한 적 없다"고 밝혔다. 이상조 홍준표 캠프 정책국장은 "부동산 경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는 보유세 인상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종훈 유승민 캠프 정책본부장은 "당선 되면 증세할 것이고 보유세도 증세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나 분양가상한제, 전·월세 상한제에 대해 찬성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당선 시 대대적인 정책 수정을 공언했다.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현행 두 배 수준으로 높이고 LTV·DTI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올 연말까지 시행을 유예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은(보류) 경쟁 후보와 달리 "연장은 없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김건호 정의당 정책연구위원은 "경기 부양책으로 활용했던 부동산 정책 패러다임을 주거복지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팀 부장은 "여러 후보가 경기 부양보다 서민 주거복지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복지 등 다른 공약에 비해 구체성이 떨어지고 일부 질의에 대해 답변을 보류하는 등 실현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역대 대선에서 집값을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떨어뜨리려고 하면 취임 이후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수요·공급 기능까지 좌지우지하는 세제 혜택이나 규제는 부동산 시장을 망가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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