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의 엇갈린 두 가지 시그널
칼럼니스트 ㅣ 함영진
임진왜란은 1592년(선조 25)부터 1598년까지 2차에 걸쳐서 우리나라에 침입한 일본과의 싸움을 말한다. 임진왜란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실책을 아쉬워하며 떠올리는 많은 얘기 중에 1590년 조선통신사로 일본에 파견된 황윤길과 김성일을 연상하는 이들이 많다.
두 사람 모두 일본의 정황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요토미의 저의와 일본 침략 가능성에 대해 서인인 통신정사 황윤길과 동인인 통신부사 김성일이 서로 정반대의 예측을 한 일로 유명해진 일화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분양시장도 여러 가지 정황과 지표가 엇갈리고 있어 통계의 해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아파트 청약률과 분양률의 괴리감이 큰 상황이다.
올 해 들어(8월 17일 기준) 아파트 분양시장 청약자는 200만 명을 돌파하며 2014년 한해 청약 인구(173만 명)를 훌쩍 넘어섰고, 청약경쟁률도 12.4 대 1로, 지난해 11.5 대 1 보다 치열해졌다. 서울, 경기도와 제주도 등 일부지역은 작년보다 청약경쟁률이 높게 나타났고, 공급과잉 우려 속에서도 부산과 대구, 세종시는 여전히 몇 십대 1의 청약과열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분양시장의 또 다른 지표는 좀 다른 얘기를 전하고 있다.
청약률과 실제 분양률이 괴리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청약경쟁률은 해당 분양사업지의 청약 선호도를 극명하게 반영하는 지표이기는 하나 실제 분양률과 계약률을 방증하는 자료로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국 내에 투기과열지구가 전무한 상황에서 사실상 재당첨 금지 규제가 없고 청약통장 1순위 요건(수도권 1년, 지방 6개월)마저 간소화하다보니, 분양권 전매 차익 또는 프리미엄 유무에 따라 당첨 후 계약을 포기하는 이탈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면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즉 청약률은 높지만, 실제 계약률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미분양 재고로 남는 미계약 사례가 과거보다 늘기 시작했다.
주 택도시보증공사가 조사한 "지역별 민간아파트 평균 초기분양률(이하 평균 초기분양률이라 명기)" 성적이 올해 들어 신통치 않은 상황인데, 평균 초기분양률은 분양세대수 30세대 이상인 전국의 민간아파트 분양사업장 중, 분양개시일 이후 경과기간이 3개월 초과 6개월 이하인 사업장의 지역별 평균 분양률 통계를 말한다.
이 수치가 전국 기준 2015년 2/4분기 92.2%에서 2016년 2/4분기 70.5%로 1년 만에 19%p 하락했다. 동기 수도권(91.7% → 73.6%)과 5대광역시 및 세종시(99.8% → 77.6%), 기타 지방(91.2% → 66.8%) 모두 하향세다. 충남(44.3%)과 경북(47.7%)은 평균 초기분양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보다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 아파트 청약률과는 괴리감이 큰 셈이다.
요즘 분양시장 지표가 우리에게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청 약률과 분양권전매 거래량은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는 반면, 평균 초기분양률과 미분양 지표는 시장에 경고의 목소리를 보내는 중이다. 현재를 보여주는 통계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예단할 수 있는 지표의 움직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십 년 가는 권세 없고 열흘 붉은 꽃 없다는 뜻의 이 고사성어를 보면 요즘 한창 잘나간다는 아파트 분양시장의 미래 모습이 우려된다.
미 분양, 미계약, 공급과잉, 입주적체, 마이너스프리미엄, 손절매 이런 상황은 갑자기 만들어지는 결과 값이 아니다. 원인을 분명히 내포하며, 일이 터지기 전 그 시그널을 반드시 시장에 보낸다. 우리는 그 수신호를 놓치지 않아야 하고, 현재에 매몰된 통계착시에 유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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