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분양권 프리미엄 불붙었다
웃돈 최고 1억에 거래량 3배 폭증…불법 다운계약도 판쳐
세종시 1-1생활권(고운동) 중흥 S-클래스 에듀하이 전용면적 96㎡형 로열층 분양권은 최근 3억5000만원에 팔렸다.
분양가가 3억원 안팎이었으니 웃돈이 3000만~5000만원가량 붙은 셈이다. 84㎡형 분양권에도 1000만~3000만원가량 웃돈이 골고루 형성돼 있다.
인근 A부동산 관계자는 "세종시 중개업소는 요즘 분양권으로 먹고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거래가 활발하다"며 "최근 투자자들이 유입되면서 전체 가구 수(440가구)의 절반 넘게 손바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세종시의 강남'으로 불리는 세종시 2-2생활권 분양권 전매제한이 지난달 말부터 풀리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세종시) 일대에 분양권 투자 붐이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한때 공급과잉 염려로 분양가를 밑도는 분양권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지만 현재는 대부분 수천만 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투기에 가까운 투자열풍이 불면서 세종시 일대가 'P(프리미엄) 바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시 2-2생활권 4개 구역 분양에서 첫 테이프를 끊었던 금성백조주택 '세종 예미지'의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졌다. 이어 '세종 캐슬&파밀리에(롯데·신동아건설)' '메이저시티(대우·현대산업개발·계룡건설)' '세종 더샵힐스테이트(포스코·현대건설)' 등의 분양권 전매제한이 연말까지 사라진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현재 3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웃돈이 형성돼 있다"며 "세종 예미지의 경우 3000만~4000만원을 얹은 가격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2-2생활권은 지난해 침체됐던 세종시의 분위기 전환을 이끌었던 곳이다.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설계공모를 통해 건설사 간 치열한 디자인 경쟁을 벌인 덕에 상품성도 뛰어나다.
특히 엘리트 공무원들이 모여 사는 신도시 프리미엄 때문에 최근 대전과 충청권 사람들의 발길이 늘고 있어 분양권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8월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2만4561건으로 지난해 총 거래량 (7334건)보다 이미 3배 이상 늘어났다. 전국 17개 시·도별 분양권 거래량 증가율은 세종시가 가장 높다. 세종시의 경우 전체 아파트 거래량(1~8월) 2만6085건 가운데 분양권 비중이 94%에 달한다.
세종시에서 아파트 거래를 하는 열에 아홉이 분양권을 사고파는 셈이다. 서울은 전체 아파트 거래량 가운데 분양권 전매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아파트값은 약세이지만 최근 1년 가까이 미분양 물량이 0(제로)인 데다 청약경쟁률이 높은 것도 분양권 수요가 증가하는 또 다른 이유다.
지난 7월 2-1생활권에서 분양한 '한신휴플러스·제일풍경채' '세종시 중흥S-클래스 센텀시티'는 세종시 평균 경쟁률과 청약자 수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문제는 분양권 다운계약이 횡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양권 웃돈이 5000만원이면 실제 계약서에는 절반 정도인 2000만~2500만원만 쓰고 나머지는 매수자가 매도자에게 현금으로 직접 주거나 부동산 중개업소 직원 등 통장을 경유해 매도자에게 전달되는 식의 '웃돈 세탁'이 가장 흔하다.
아름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전매제한이 풀리지 않은 분양권 상당수가 한 차례 이상 손바뀜됐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세종시 사정에 밝은 공무원과 친인척들의 투자 문의가 가장 많다"고 귀띔했다.
다만 한꺼번에 쏟아지는 입주 물량은 여전히 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올해 세종시에는 2010년 아파트 공급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인 2만여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 여파로 세종시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약세를 보이고 있다.
[임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