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아파트 분양시장, 한가위 보름달 두둥실
9~11월 12만여 가구 공급
올 가을 아파트 분양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할 것 같다. 다음달부터 11월까지 전국에서 12만여 가구가 나온다. 지난해 같은 기간(6만7000여 가구)보다 두 배가량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선 재개발·재건축이 대거 나오고 수도권에선 계획적으로 개발되는 공공택지·도시개발사업지구들이 잇따라 분양한다.
서울보다 청약 열기가 더 뜨거운 대구·부산 물량도 적지 않다. 전세난이 이어지고 있어 분양시장 분위기도 나쁘지 않지만 지난해 이후 적지 않은 물량이 공급된 만큼 지역별 수급상황을 잘 살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주택 업계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11월까지 전국에서 12만3549가구가 분양한다. 서울·수도권에 전체 분양 예정 물량의 70% 정도인 8만8289가구가 몰려 있다. 서울 2만8049가구, 경기 5만6779가구, 인천 3461가구다. 지방에서는 3만5260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올 가을이 이렇게 풍성한 건 지난해부터 이어진 청약 훈풍에 주택업체들이 앞다퉈 분양 물량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분양시장 분위기가 올 가을 최고조에 오를 것으로 보고 분양을 앞당긴 회원사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 올해 청약 열기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뜨거웠다.
브랜드아파트 '분양대전' 예고
올 상반기 전국 분양 아파트의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9.4대 1로 청약 광풍이 불었던 2006년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분양마케팅회사인 앰게이츠의 장원석 대표는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전세를 피해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수요와 저금리 영향으로 투자에 나서려는 수요까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가을 분양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이른바 ‘10대 건설사’로 불리는 대형 업체들의 인기 브랜드 아파트가 많다는 것이다. 래미안·자이·푸르지오 등 인기 브랜드 아파트가 서울·수도권에서만 11월까지 44개 단지 3만3167가구가 분양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33개 단지 2만1581가구)보다 53.6% 늘어난 것이다.
브랜드별 물량만 보면 e편한세상(대림산업)이 5개 단지 1만259가구로 가장 많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한숲e편한세상 7400가구를 한꺼번에 내놓는 영향이다. 자이(GS건설)는 8개 단지 6278가구이고, 롯데캐슬(롯데건설)은 9개 단지 4438가구가 나온다. 더샵(포스코건설)은 3개 단지 3658가구, 래미안(삼성물산)은 7개 단지 2568가구다. 한숲e편한세상 양병천 분양소장은 “단지가 크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야 입주 후에 랜드마크(지역 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특징은 테라스하우스다. 아랫집 지붕을 마당처럼 쓸 수 있게 설계해 아파트의 편리함과 단독주택의 쾌적성을 갖춘 주택이다. 저밀(저층) 개발로 분양 물량 자체가 많은 건 아니지만 최근 꾸준히 개발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가을엔 효성이 남양주시 별내지구에서 효성해링턴코트를, GS건설이 광교신도시에서 광교파크자이더테라스를 각각 내놓는다. 효성 임명균 분양소장은 “아파트의 단조로운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면서 (테라스하우스) 공급도 활발해 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외 경제불안 속에서도 아파트 청약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대우건설이 최근 분양한
안산 메트로타운 푸르지오 힐스테이트 견본주택 관람을 위해 주택수요자들이 긴 줄을 서 있다. [사진 대우건설]
입지여건·분양가 따져 옥석가리기 필요
서울에선 모처럼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쏟아진다.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 재건축 물량은 2005년(2만1422가구) 이후 최대인 1만3642가구(일반분양 2624가구)가 나온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 완화로 재건축 사업이 활기를 띄고 있는 영향이다.
이처럼 올 가을 상차림이 어느 때보다 푸짐하지만 과식은 금물이다. 최근 몇 년간 공급이 급증한 탓에 자칫 소화불량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실수요자와 투자자 모두 정부의 가계 부채 대책을 눈여겨 봐야 한다. 중국 경제와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도 변수로 꼽힌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정부의 대출 규제 정책과 더불어 공급 과잉 우려가 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집값 하락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입지여건, 분양가 등을 꼼꼼히 따져 옥석가리기를 한 후 청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