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아파트’ 보금자리주택 바로보기
이명박정부가 2008년 9.19대책에서 발표한 보금자리주택 열기가 시범지구 사전예약을 앞두고 뜨겁습니다. 집값 상승에 깜짝 놀란 MB정부는 수도권에만 2012년까지 60만가구에 달하는 보금자리주택을 조기 공급할 계획입니다. 이중 32만가구는 그린벨트에 건립됩니다.
이번 주 닥터아파트(www.DrApt.com) 오윤섭의 부자노트에서는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주택시장에서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를 내집마련을 희망하는 무주택자의 입장에서 짚어보겠습니다.
부작용1: 보금자리주택은 로또일뿐이다
80년대 대입 학력고사시대도 아니고 사전예약은 3지망까지 단지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지망은 당첨자 선정시 청약저축 순위(무주택기간 납입횟수 등)보다 우선이니 잘 찍어야 합니다.~~~ 25년전 제가 대학에 들어갈 때 그 치열한 눈치싸움이 생각나네요. 부잣집은 차안에서 카폰으로, 나머지는 공중전화로 전화 연락하며 대학과 과를 골라 원서를 냈던 그 시절 말입니다.
아파트 분양가는 비싸도 문제지만 싸도 문제입니다.
시세보다 싸면 쌀수록, 즉 당첨자의 시세차익이 크면 클수록 주택시장은 로또화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이는 이미 2005년 판교신도시 분양가가 평당 8백만~9백만원으로 공급된다는 정부 발표에 인근 아파트와 토지 가격이 급등하고 2006년 3월, 8월 판교 동시분양에서 1순위자만 총 62만명이 청약하며 로또시장이 된 바 있습니다. 판교 실제 분양가는 토지보상비가 늘어나면서 1천2백만원대까지 오르긴 했지만 말입니다.
청약저축 가입자가 대표적인 ‘로또’인 서울 세곡과 우면지구에 당첨되려면 납입액이 2천만원이상 돼야 한다고 합니다. 이는 청약저축 통장을 20년 이상 납입해야 가능한 액수입니다. 무주택 5년 이상에 납입액 2천만원이상인 가입자가 수도권에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극소수에 해당될 것입니다.
하지만 주변에선 이에 아랑곳없이 1순위만 되더라도 보금자리주택에 당첨될 꿈에 부풀어 다른 주택은 관심밖에 있습니다. 이미 당첨 가능성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최소한 2억원 이상 프리이미엄이 붙을 보금자리주택인데 거주의무기간 5년, 전매제한기간 10년 등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당첨이 된 극소수의 행운아들이야 엄청난 시세차익에 기쁨에 들뜨겠지요. 하지만 번번이 떨어지는 보금자리주택 낙첨자의 심정은 어떨까요? 그리고 낙첨자가 수십만명, 수백만명에 달한다면 어떻겠습니까?
문제점2: 보금자리주택은 주택시장을 교란시킨다
시세 차익이 너무 크면 주택시장은 왜곡되기 마련입니다. 떴다방이 생기고 떴다방은 당첨가능권 청약통장을 불법적으로 대량매입할 것입니다. 그리고 사전예약에서 당첨되면 이를 부자들에게 프리미엄을 붙여 팔겠지요. 또 부자들은 일정기간 보유하다 다른 사람에게 프리미엄을 얹어 팔겠지요. 불법 전매가 성행합니다.
분양받을 돈이 없더라도 청약저축 가입자들은 현혹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전예약에서 본청약 때까지 들어갈 돈이 없는데다 막대한 시세차익 기대감으로 인해 당첨가능권이든 아니든 1순위자와 투기꾼들이 ‘로또시장’에 모여들게 돼있습니다.
여기에 당첨확률에 상관없이 내집마련 수요자들이 2012년까지 공급될 보금자리주택에 신경이 쏠려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민간 분양시장이 침체되면 전체 주택공급물량 감소로 이어질 것입니다.
지방 청약저축 가입자들이 최소한 MB정부가 약속한 2012년까지는 보금자리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것을 기대하고 주소를 수도권으로 옮기는 기현상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편 조기공급을 위해 토지보상이 단시간안에 이뤄지려면 보상가는 오를 개연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사전예약 분양가보다 본청약 분양가가 올라 대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시범지구 입주자모집공고를 보면 본청약은 2011~2012년이고 입주시기는 2013년 이후입니다. 사전예약 후 본청약 때까지 2~3년을 기다리고, 입주는 본청약후 다시 2년 안팎 을 기다려야 합니다. 특히 본청약 때 입주시기가 확정된다는 문구를 주목해야 합니다. 이는 사업지연 등으로 입주시기가 늦어질 수도 있으며 이에 대해 정부가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분양후 2년 안팎이면 입주하는 기존 분양시장에서 초유의 사전예약제를 도입, 입주 때까지 길게는 5년까지 기다리게 하는 보금자리주택 공급방식은 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또 사전 예약 후 5년을 기다려 입주하면 5년 이상을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하며 본청약시점인 분양계약 후 10년간은 주택을 팔 수 없습니다.
중도금 대출을 최대 1억원까지 해준다고 하더라도 과연 사전예약 후 12년을 버티고 거주기간과 전매기간을 채워 주택시장에서 시세에 따라 합법적으로 팔수 있는 당첨자가 얼마나 될까요?
문제점3: 보금자리주택은 주변 집값을 급등시킨다
왜냐구요? 바로 토지보상 때문입니다. 수도권 4개 시범지구에서 풀릴 토지보상비는 최소 40조원에서 최대 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금자리주택 조기 공급에 따라 4개 시범지구 토지보상은 늦어도 2011년까지는 모두 종료돼야 합니다. 입주자모집공고에 본청약 시기를 연월까지 발표한 이상 정부는 최대한 토지보상을 앞당길 것이고 보상을 당초 일정에 맞춰 끝내려면 결국 보상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럴 경우 토지보상비는 당초보다 크게 늘어날 것입니다.
정부의 계획대로 토지보상이 이뤄져 앞으로 2년간 수도권에서 50조원에 달하는 보상비가 풀린다면 과잉 유동성으로 부동산시장은 다시 불안지게 될 것입니다. 정부 조사 결과대로 보상비중 37%가 부동산으로 다시 유입된다면 무려 18조5천억원이 부동산으로 유턴하게 될 것입니다. 또 이중 80%가 인근 부동산을 사들인다면 수도권 부동산에 14조8천억원이 유입되는 꼴입니다.
참여정부시절 판교 등 수도권 2기신도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개발 등으로 토지보상비가 매년 20조원이 풀리면서 집값과 땅값이 급등한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우면지구 보상이 2010년에 이뤄질 경우 토지주들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과천 판교 등 범강남권 아파트를 구입할 것입니다. 또 그린벨트가 많은 과천 의왕을 중심으로 수도권 토지를 집중 매입할 것입니다. 그러면 결국 2006년 당시 판교 후폭풍이 재연될 것입니다.
이제 이번 칼럼을 마무리합니다.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현장에 한번 가보세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니 토지주의 수많은 검붉은 플래카드가 여러분을 반길 것입니다. 현재까지 정부가 해놓은 것은 보금자리주택지구라는 입간판뿐입니다.
토지보상도, 공사도 전혀 시작되지 않은 보금자리주택이라는 ‘신기루’에 매달려 당첨과 당첨후 12년뒤 대박이라는 허망한 꿈을 쫒는 부자노트 독자님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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