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행선 모텔`이 더 붐비는 까닭은…

`상행선 모텔`이 더 붐비는 까닭은…

 

주말을 이용해 교외로 나가면 경치 좋은 곳마다 어김없이 들어서 있는 모텔.서울에서 빠져나가는 길가에 있는 모텔과 돌아오는 상행선에 자리잡은 모텔 중 어느 곳이 장사가 더 잘될까.

답은 상행선에 자리잡은 모텔이다.모텔은 통상 객실 회전빈도가 하루 2회를 넘어가면 영업수익률이 좋은 편에 속하는데 하행선보다 상행선변에 이같은 모텔이 더 많다.유원지 등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맞아 모텔에서 시간을 보내는 커플이 많기 때문이다.

이같은 모텔 영업의 비밀을 체득한 것은 엉뚱하게도 부동산경매 투자자들이다.모텔 등 숙박시설은 과도한 대출에 따른 이자부담과 공급과잉으로 인한 영업손실로 지난 2005년부터 경매시장에 쏟아지기 시작했다.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2006년 한해에만 966건이 경매를 통해 주인을 찾았으며 올해는 5월까지도 1235건의 숙박시설이 경매에 부쳐졌다.

모텔은 건당 가격이 보통 10억원을 넘기는 ‘고가상품’인 만큼 경매 투자자들도 물건의 수익성을 알아보기 위해 갖은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1박2일 투숙을 하면서 내부시설과 인테리어를 살펴보는 것은 기본이고 바깥에서 투숙객 숫자를 일일이 체크해 얼마나 장사가 잘되는지 알아본다.낮손님 못지 않게 밤손님도 많은 숙박업인 만큼 투숙객을 세는 일은 오후 2시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2~3시에나 끝난다.모텔을 이용하는 연인들의 생리를 파악하기 위해 바람을 펴봤거나 연애경험이 많은 ‘선수’를 섭외해 동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관련 투자자들은 “‘상행선 모텔이 장사가 잘된다’는 법칙도 서울에 가까워질수록 깨진다”고 귀뜸했다.서울이 가까워질수록 ‘쉬고 가기’보다 바로 집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반면 서울에서 가까운 하행선에는 커플들이 몰려 장사가 더 잘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로변이나 주출입구 등이 장사가 잘되는 일반 상업시설과 모텔의 입지는 정반대라는 점도 특이하다.성에 대해 보수적인 우리나라의 정서상 자신의 모텔출입을 노출할 수 있는 대로변보다는 이면도로에 자리잡은 모텔이 장사가 잘된다.모텔이 밀집해 있는 곳에서도 입구에 있는 모텔보다 운전자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 결정을 할 시간을 주는 도로 중간쯤에 있는 곳의 영업수익이 좋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