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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호의 현장 경매 노하우⑥] 돈 벌려면 제대로 된 지도부터 갖춰라

복돌이-박 창 훈 2008. 2. 8. 17:47

윤재호의 현장 경매 노하우⑥] 돈 벌려면 제대로 된 지도부터 갖춰라

 

감정평가서로 교통 상황, 도로 상태 확인하는 게 키 포인트
지난 글에 이어 일산동 상가를 낙찰받은 A씨 얘기를 계속하자. A씨가 낙찰받은 상가 같은 물건은 이사비를 전혀 줄 필요가 없다. 이사 날짜를 예측하기도 쉽다. 상가가 명도가 가장 수월한 경매물건에 속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무튼 이 상가를 낙찰받은 A씨는 현재 액세서리 판매를 하는 미니 점포를 운영하는 사장으로 변신해 있다. “요즘 장사가 잘 안 돼 큰 재미를 보지는 못한다”고 하면서도 “예전에 샐러리맨을 할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다”며 그는 환하게 웃음 짓는다.

이 같은 근린상가 경매물건을 고를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상권과 입지분석이다. 값싼 것만 보고 입찰했다간 자칫 수년째 상가를 놀려야만 하는 불운을 맞이할 수도 있다.

실제 여러 번 유찰된 것을 좋아하는 투자자들이 낙찰에 성공한 다음에 “차라리 경매에 참여하지 말 걸”하면서 후회하는 것을 나는 자주 보았다. 이렇게 후회할 수도 있는 게 바로 근린상가인 점을 명심하자. 따라서 경매할 때에는 먼저 상가 영업력을 따져보아야 한다. 근린상가의 단점은 상가 활성화에 실패할 경우 상가 가치의 하락폭이 크다는 것이다.

‘1억짜리 차 타며 지도 하나 없다니’

여러 번 강조하지만 투자하기 전에 세밀한 입지분석을 거쳐야 한다. 유동인구를 끌어들일 수 있고, 상권 확보가 어느 정도 보장된 상가만을 골라야 한다. 유동인구에 비해 상가의 공급물량이 많으면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경매에 나오는 상가들은 이런 단점이 많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초보 투자자는 낙찰가가 조금 비싸더라도 1~2층 근린상가를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고층에 위치한 상가일수록 고객 접근성과 인지도가 떨어져 상가 영업환경이 불리하다. 되도록 수도권 신도시나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 위치한 대형 상가 내 소형 근린상가를 고르면 투자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근린상가 얘기를 일단락했으니, 이번에는 중심상가 경매 얘기를 해보자. 중심상가 경매 노하우를 알아보자는 것이다.

경매에 부쳐진 부동산 목록을 뒤지다 보면 많은 물량의 상가가 경매에 부쳐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달이면 전국에서 1000여 개의 점포, 서울과 수도권에서만 500건이 넘는 물량 등이 경매로 나온다. 정말 돈이 될지 궁금한 상가 경매물건이 수두룩하다. 그렇다고 경매에 나온 상가마다 일일이 다 다녀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시간 제약 때문이다. 그래서 과연 입찰을 해도 될지 긴가민가한 상가가 많다. 이를 보고 나도 늘 망설인다.

나름대로 경매투자의 노하우를 쌓은 고수들은 경매정보지만 잘 살펴도, 그리고 현장에 가보지 않고도 1차적으로 해당 상가의 입지와 상권 분석을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제부터 상가 입지와 상권 분석을 빠르게 하는 노하우를 공개하겠다. 그것은 바로 지도를 읽을 수 있는 테크닉을 익히라는 것이다. 당장 자세한 지도를 사자.

재미있는 것은 부동산 투자자들은 의외로 지도 사는 것에 인색하다. 수천만~수억원을 들여 투자하면서, 자세한 지도 하나 없다는 건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는 것과 같다. 부동산의 본질을 깨닫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
이왕 지도 얘기가 나왔으니, 한마디를 더 하고 가자. 언젠가 내가 차를 타고 가다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쉬고 있을 때 누군가가 와서 지도를 내밀며 길을 물었다. 그런데 그 지도는 전국 도로가 종이 한 장에 한꺼번에 다 나온, 말 그대로 약식지도였다. 그러니 지도에 구체적인 길이 안 나온 게 당연했다.

내가 길을 자세하게 알려준 다음에 그가 타고 간 차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가 1억원이 넘는 고급 외제차를 몰고 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속으로 탄식을 금치 못했다. “1억원이 넘는 외제차면 뭐 하는가? 제대로 된 지도 하나 없어, 길도 못 찾아 가는데…”하면서.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돈을 벌려면 제대로 된 지도부터 먼저 갖추라고 투자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실제 5000분의 1 지도를 옆에 두고 해당 경매물건의 주소와 맞춰 보면 경매에 부쳐진 상가가 어떤 상권에 속해 있는지, 유동인구는 대충 어느 수준인지 어림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다.

그러고 난 다음 확인하는 것이 감정평가서다. 감정평가서의 토지평가 요항표란을 잘 훑어보? 위치 및 부근의 상황과 교통상황, 도로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항목이 상권 분석을 쉽게 읽어 내려가는 키포인트라고 보면 틀림없다. 여기에는 상가의 입지여건과 함께 상권의 특성 및 배후상권의 개략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그리고 토지이용계획확인원과 공법상 제한상태의 요항을 보면 도시계획상 토지의 용도가 나온다.
최고 번화한 상권일 경우 중심상업지역, 그 다음 목이 좋고 유동인구가 많은 상업지인 일반상업지역, 그 다음이 준주거지역 등이다. 이를 잘 들여다보면, 토지의 활용가치를 판단해 낼 수 있다.

감정평가서와 도시계획확인서를 잘 살펴 보니, 중심상업 또는 일반상업지역으로 표기되어 있다. 또 큰 도로를 끼고 있거나 주상복합 건물, 지하철역 인근이라면 중심상가라고 보아도 크게 무리가 없다.
중심상가는 말 그대로 시내 한복판에 자리 잡은 지역에서 가장 번화한 상권 내 상가를 말한다. 상권 규모나 유동인구 수에 따라 광역, 지역, 지구 중심으로 나뉜다. 위치가 좋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이 모이는 도심 상가이기 때문에 장사가 잘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번화한 상권 내에 있고 상권이 우량한 중심상가 경매물건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경매에 부쳐지는 상가물량 중 10~20% 정도가 중심상가 경매물건이라고 생각하면 틀리지 않다. 중심상가를 잘 잡으면 혼자 화장실에 가서 웃는다는 말이 있다. 중심상가가 대박 물건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실제 사례를 통해 중심상가 공부를 해보자. 서울남부지법에서 경매가 진행되었던 중심상가 중 성공사례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914의 1에 있는 14층 주상복합건물 내 1층 점포 3개가 동시에 경매에 부쳐졌다.

이 경매 건은 채권자는 한 명인데, 채무자가 여러 개의 부동산을 담보로 잡힌 경우다. 채무자의 점포 여러 개를 동시에 경매에 부친 경우를 가리켜 흔히들 일괄경매라고 한다. 이 건물 101~108호 8개 점포 58평(실평수 기준)이 물건번호 묶음 1번으로 나왔다. 이어 113~115호 3개 32평이 물건번호 묶음 2번, 109~121호 9개 156평이 물건번호 묶음 3번으로 나왔다. 세 개의 묶음판매 형태로 경매가 부쳐졌다.

물건번호 묶음 1번은 게임랜드, 묶음 2번은 24시 편의점, 묶음 3번은 주점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중 물건번호 묶음 2번 32평(분양면적 65평형)이 상가건물 입구에 붙어 있고 목이 아주 좋아 활용성이 높아 보였다.

내가 컨설팅해준 최모씨는 투자금액이 물건번호 묶음 2번에 적당하다고 하면서, 유독 이것에 관심이 있었다. 사실 최씨는 예전에 신도시에서 전자대리점을 운영해 상권 분석에 능했다. 최초 감정평가액 8억800만원에서 4회나 유찰해 최저 경매가격이 3억3095만원(감정가의 41%)으로 떨어졌었다. 그 상태에서 최씨가 단독으로 입찰해 3억8200만원(감정가의 47%)에 낙찰받았다.

이 점포는 화곡 사거리 남쪽 신정역 및 까치산역 인근에 있는데, 몇 개의 점?를 이용해 편의점으로 이용되고 있었던 게 특징이다.
나는 최씨와 함께 경매 대상 부동산의 권리 분석을 통해 깨끗한 물건임을 사전에 확인했다. 등기부상 최초 근저당권자는 국민은행이었다. 국민은행은 이 상가를 담보로 잡고, 최고 5억2233만원 규모로 최초 근저당권 채권을 설정했었다. 그 이후에 다시 몇 번의 추가 금액을 설정해 채권청구 금액이 총 48억6586만원이나 되었다. 청구채권 금액을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국민은행 저당 외에도 저축은행과 각종 개인들의 가압류와 압류 등 여러 채권이 잡혀 있었다. 한�디로 빚 잔치용 경매물건이었다.
경매물건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카드회사의 압류 또는 가압류가 설정된 경우 ‘경매선수들’은 흐뭇(?)해 한다. 왜냐하면 사람이 경제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건강보험이나 카드값이 연체됐다면 참으로 경제활동이 어렵다는 뜻이다. 이는 채무자가 경매를 취하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계속>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